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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잃어버린 지갑이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조종태 광주고검 차장검사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참으로 많은 물건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그만큼 많이 잃어버린다. 비가 올 때 가지고 나간 우산은 날이 개면 어느 틈엔가 내 손에서 사라져 있기 십상이고, 눈 내릴 때 꼈던 두꺼운 장갑은 실내에서 혼자 주인을 찾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그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만 한다면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허겁지겁 나의 궤적을 되돌아 달려갔을 때 그 자리에 온전히 놓여 있는 내 것을 보면 참 기분이 좋다.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 감사하게 된다.

만약 돈이 들어 있는 지갑을 내가 사는 도시의 길거리에서 잃어버린다면 그 지갑과 돈이 나에게 다시 돌아올까. 돌아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올해 6월 과학 전문지 더사이언스는 전 세계 40개국 355개 도시에서 지갑을 떨어뜨려 놓고 회수되는 확률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갑에 돈이 들어 있는 경우와 빈 지갑인 경우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는 했지만, 평균 회수율이 50%를 넘지 못했다. 어느 나라에서든 돈이 들어 있는 지갑의 회수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높았다. 전체적으로는 스위스가 회수율이 가장 높았고 노르웨이·네덜란드·스웨덴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조사 결과 회수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중국이었다. 돈이 들어 있는 지갑의 회수율은 겨우 20%를 넘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우리나라 서울에서 이 실험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10여년이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2007년 리더스다이제스트가 했던 휴대폰 분실 실험에서는 서울이 32개 실험 도시 중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교육 여건이 달라지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한 지금, 돈이 든 지갑을 폐쇄회로(CC)TV 등 감시자가 없는 길거리에서 주웠을 때 선뜻 주인을 찾아주려고 할지는 의문이다.



예전에 법 교육을 담당하는 법무부 과장으로 일하면서, 검사로서 수많은 소년범을 접하면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가정에서부터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민주시민 교육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검사들과 함께 초등학생 대상으로 어린이 로스쿨을 진행하면서 법이 우리 생활에 왜 필요한지, 규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되는지를 체화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길거리에서 주운 지갑은 양심과 욕망이 부딪히는 접점이다. 주인에게 지갑을 되돌려주는 기저에는 양심과 함께 어려서부터 받아온 교육, 잃어버리고 힘들어할 사람에 대한 배려,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이 행동할 것이라는 사회적 신뢰가 녹아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신뢰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소중한 자산이지만 저절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천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한 양심의 회복과 함께 건전한 시민의식의 체화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불신시대를 말하는 요즘 제대로 된 민주시민의식으로 무장한 그들의 사회, 잃어버린 지갑이 모두 주인을 찾아가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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