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56)가 사건 당시에도 유력한 용의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당시 과학수사 기술의 한계로 인해 이춘재를 범인으로 결론내지 못하고, 사건은 30여년간 장기 미제로 남겨져왔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6차 사건 이후 이춘재를 사건의 용의자로 보기 시작했다. 6차 사건은 1987년 5월 9일 오후 3시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의 한 야산에서 주부 박모(당시 29세) 씨가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후 경찰은 탐문, 행적조사 등을 통해 이춘재가 용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를 불러 조사했다. 주민 진술 등 첩보를 통해 그를 의심한 경찰은 지휘부에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인물이 있다”고 보고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며칠 후 이춘재는 수사 선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과학수사 기술로는 6차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체액 등 증거물이 그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또 6차 이전 사건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통해 추정한 용의자의 혈액형과 이춘재의 혈액형이 달랐고 족적도 달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당시 혈흔을 분석해 혈액형을 파악하는 정도의 기술을 수사에 활용했다. 이 시기 국과수가 추정한 용의자의 혈액형은 B형이었으나 이춘재는 O형이었다. 다만 경찰 조사 이후 이춘재의 범죄행각은 한동안 잠잠했다.
1차부터 6차 사건까지는 짧게는 이틀, 길게는 4개월의 짧은 시간을 두고 사건이 벌어진 반면 7차 사건은 6차 사건 이후 1년 4개월 만에 발생했다.
경찰은 8차 사건과 10차 사건이 일어난 뒤 2차례 더 이춘재를 불러 조사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이춘재는 10차 사건 2년 9개월이 지난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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