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재계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간담회에서 점진적 근로시간 단축, ‘네거티브 방식’ 도입 등의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그로부터 1년8개월이 흐른 지금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 최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앞세우면서 민주당이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첫걸음을 하는 등 경영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연일 나서고 있지만, ‘허울뿐인 보여주기’ 행보 아니겠느냐는 푸념이 터져 나오는 것은 그동안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정치권의 입법기능에 대한 기업의 신뢰 자체가 바닥 수준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규제 완화와 강화 법안은 굵직한 것만도 십수개씩에 달한다. 법안별로 주무 상임위원회 논의 상황을 보면 규제 완화 법안은 논의가 ‘올스톱’ 상태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적용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7월 이후 상임위 안건으로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반면 규제강화 법안은 본회의 통과의 초읽기에 돌입한 것이 적지 않다. 대·중소기업 분쟁 발생 시 중소벤처기업부가 직권으로 대기업 조사를 가능케 하는 내용의 상생법 개정안은 이미 상임위에서 처리됐다.
재계는 정부와 여당이 더 이상 보여주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민주당 의원과의 경제현안 간담회에 참석한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대기업이 경쟁사에는 적용되지도 않는 47개 법령, 188개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재검토해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최소한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경영계는 당정이 소위 ‘경제 활성화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를 외치는데 노동 규제는 더 경직되고 있다”며 “기업을 숨쉬기조차 어렵게 하면서 경제활성화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임지훈·박효정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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