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진행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어떠한 힘도 우리 위대한 조국의 지위를 흔들 수 없으며 중국인민과 중화민족이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사열하며 막강한 국력을 과시한 시 주석은 또 “중국 인민해방군과 인민무장경찰 부대는 국가 주권, 안전, 발전이익 및 세계평화를 결연히 수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중국군이 세계평화를 수호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향후 미국과의 본격적인 패권 다툼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열병식은 시 국가주석의 구호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이른바 ‘중국몽’을 대규모 행사로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안으로는 전현직 지도부를 모두 불러모아 내부단결을 강조하는 한편 밖으로는 미국 등을 겨냥해 ‘핵 근육’을 과시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10시(현지시각) 시 주석이 톈안먼 성루에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시 주석과 중국 지도부 전원이 참석했으며 장쩌민 전 주석, 후진타오 전 주석을 포함해 전직 상무위원급 지도부도 대부분 참석해 행사에 무게감을 더했다.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혼자 중국식 인민복(중산복)을 입고 나타난 시 주석은 단호한 말과 행동으로 눈길을 끌었다. 톈안먼 성루에 걸린 마오쩌둥 초상화에 대비되게 반대편 행사장에 놓인 쑨원의 대형 초상화는 시 주석이 중국혁명의 정통 계승자라는 위상을 부각시켰다.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날 열병식에서 첨단무기들을 대거 선보였다. 하이라이트는 미국 본토 등 전 세계를 타격할 수 있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41’의 첫 일반 공개였다. 이날 무려 16대의 둥펑-41이 동원됐다.
둥펑-41은 길이 16.5m, 직경 2.8m이며 총중량이 60여톤에 달한다. 사거리는 최대 1만5,000㎞로 미국 등 지구상의 거의 모든 표적을 타격할 수 있으며, 최대 10개의 핵탄두를 한번에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체연료를 사용해 이동도 자유롭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둥펑-41을 대거 열병식에 등장시킨 것은 힘으로도 미국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전했다.
동북아시아와 남중국해·대만해협을 사정권에 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둥펑-17도 첫선을 보였다. 둥펑-17은 음속의 10배를 낼 수 있고 비행 중 궤도를 수정해 상대 방공망을 뚫을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으로 전 세계적으로 드론(무인기)이 주목받는 가운데, 스텔스 기능을 갖춘 공격형 드론 공지(GJ)-11과 초음속 정찰드론 우전-8이 열병식에 나왔다. 중국 당국이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들이 모두 실전 배치된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들 무인기 역시 배치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공중에서는 미국의 F-35에 비견되는 중국 최신예 스텔스기인 전투기 젠(J)-20을 선보였다. 중국은 이 밖에도 군병력 1만5,000명과 함께 전차 등 군사장비 580대, 군용기 160대를 동원해 중국군이 미군에 맞설 수 있는 수준임을 과시했다. 또 처음으로 유엔평화유지군이 열병식에 참가해 중국이 향후 세계 문제에 더 많이 관여할 것임을 시사했다.
열병식에 이은 대형 퍼레이드에서는 10만여 시민들이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과 시 주석의 대형 초상화를 들고 이들의 사상을 지켜 따르겠다는 구호를 외쳤다. 앞으로도 중국에서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열병식과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톈안먼 성루에서는 94세의 장 전 주석과 백발이 된 후 전 주석이 행사 내내 시 주석의 옆자리를 지키며 시 주석의 권위를 더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장 전 주석까지 행사 내내 서 있는 모습을 통해 중국이 일치단결했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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