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의 고급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네이밍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단순 브랜드 적용을 넘어 고급스러운 외국어 단어 등을 조합해 단지별 프리미엄 브랜드명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네이밍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수동’ 하면 트리마제, ‘도곡동’ 하면 타워팰리스를 연상하는 것처럼 아파트 이름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되기도 하는 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네이밍 마케팅은 주로 강남 고급 단지에서 이뤄진다. 지난 4월 강남구 일원동에서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는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에 숲(Forest), 중심(Center)를 결합한 ‘포레센트’를 합쳐 지어진 이름이다. 지난달 강남구 삼성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라클래시’는 프랑스어 조사 ‘La’와 탁월함을 나타내는 ‘클래스’(Class)를 조합해 지었다. 지금껏 단지명을 별도 브랜드화 하는 경우는 기본 브랜드명 뒤에 ‘센트럴’, ‘파크’ 등 입지를 강조하는 방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고급화 전략을 반영해 외국어 합성어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반드시 브랜드명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같은 독특한 브랜드명을 갖춘 단지는 분양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6월 서울 양천구에서 공급한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5.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완판에 성공했다. 아델리체는 ‘고귀한’ 이란 의미의 스페인어 아델리오(Adelio)와 ‘귀족’을 뜻하는 독일어 아델(Adel), ‘아끼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체리쉬(Cherish)를 결합한 단어다. 지난달 서울 동작구에서 대우건설이 공급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1순위 203.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이 공급한 ‘부천 일루미스테이트’도 9.96대 1의 경쟁률로 선방했다.
브랜드명이 중요해지면서 기존 아파트 이름이 입주민 요청으로 바뀌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역 푸르지오’는 ‘신촌 푸르지오’로 바뀌었고, 서울 동작구의 ‘상도 엠코타운 센트럴파크’는 ‘힐스테이트 상도 센트럴파크’로 변경됐다.
앞으로도 대형 건설사들의 네이밍 마케팅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경기도 여주시 교동지구에서 ‘여주역 푸르지오 클라테르’를 10월 분양할 예정이다. ‘고급진’이란 뜻의 클래시(Classy)와 ‘영토’라는 뜻의 테리토리(territory)가 합쳐진 단어다. 삼성물산이 12월 분양 예정인 신반포3차, 반포경남 재건축 단지 ‘래미안 원베일리’는 성곽 안뜰이라는 뜻의 베일리(Bailey)’를 차용했다. 대림산업은 유로피안 스타일의 주거타운을 짓는다는 의미를 담은 ‘e편한세상 거제 유로아일랜드’를 10월 경남 거제시에서 공급할 계획이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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