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체할 만한 해외 관광지가 마땅치 않아요. 한편으로는 관광자원이 탄탄한 일본이 부럽기도 하더라고요.”
요즘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울상인 한 여행사 관계자의 푸념이다. 매출 타격을 줄이기 위해 다른 관광지를 권해도 일부 고객들은 차라리 해외여행을 안 가고 만다는 것이다. 실제 8월 국민 해외여행객 수는 242만여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줄었다. 그렇다고 국내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8월 전국 200개 관광호텔의 객실 이용률은 79.9%로 전년 동기보다 3.9%포인트 상승했다.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호캉스’ 열풍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 여행 수요가 지역 관광지 대신 도심 호텔로 몰린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일본의 관광자원과 문화에 매료된 사람들이 바가지·불친절 등의 논란을 빚고 있는 국내 관광지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관광 경쟁력은 스페인·프랑스·독일 등에 이어 4위에 이른다.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볼거리·먹거리 등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장기간에 걸쳐 팔을 걷어붙인 결과다. 일본 북부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의 경우 도시 3분의2가 전통건물이다. 100년이 넘는 노상포차가 수두룩한데다 편리한 교통시설까지 더해져 700여만의 관광객이 해마다 찾아온다. 최근 ‘노 재팬(No Japan)’ 열풍에 오키나와·홋카이도 등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 한국 관광객을 환영하는 행사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이는 거꾸로 보면 관광이 일자리와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얼마 전 문체부는 한국의 관광 경쟁력이 올해 16위로 2년 전보다 세 계단 뛰어올랐다는 WEF 평가 결과를 뿌린 바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순위는 13위다. 더구나 이번 발표의 세부항목에서 ‘관광정책 우선순위’는 53위에 그쳤다. ‘정보통신기술 수준(7위)’ ‘육상 및 항만(15위)’ ‘보건 및 위생(17위)’ 등 관광정책 외적인 요소가 순위 상승을 이끌었다. ‘문화자원 및 기업여행(11위)’도 중국·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게 아니었다. 정부는 자화자찬성 자료를 뿌리기에 앞서 문화·예술·스포츠에 비해 관광을 홀대하고 있고 그나마 산업 육성이 아닌 비무장지대(DMZ) 관광이나 여행 바우처 등 같은 남북한 교류나 복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업계의 비판을 새겨들었으면 한다. 1min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