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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쳐]얼쑤~ 지화자~ K팝, 국악에 꽂히다

BTS 후렴구에 "지화자~" 전통가락 삽입

콘서트장 메운 '영국 아미' 한국어로 떼창

민요밴드 '씽씽'·국악밴드 '잠비나이' 등

퓨전국악 해외서 '신선한 한류문화' 관심

순수국악 세계화·대중화는 걸음마 단계

"다양한 분야와 결합해야 케이컬쳐 인정"

지난 6월 영국 런던 피커딜리 서커스 광장에서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앞두고 BTS 팬들이 집결해 있는 모습./런던=연합뉴스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 덩기덕 쿵더러러. 얼쑤. 덩기덕 쿵더러러 얼쑤.’

지난 6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우리 전통 가락이 런던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전통 국악 무대가 아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콘서트 현장이었다. 이날 객석을 가득 메운 BTS의 팬클럽 아미(ARMY) 수만명은 지난해 발매된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앨범 타이틀 곡인 ‘IDOL(아이돌)’의 후렴구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 등을 한국어로 떼창하며 환호했다. SNS에서는 ‘얼쑤#’ 같은 해시태크가 달리고, 해외 인터넷 포털에서는 ‘얼쑤’ ‘지화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케이팝(K-POP)을 주축으로 한 한류가 우리 전통음악인 국악에 대한 관심으로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짧고 강렬하게 우리 가락을 전 세계에 소개한 BTS뿐만 아니라 국악을 소재로 가요와 클래식, 재즈, 뮤지컬 등과 접목한 이색적인 퓨전 국악과 컬래버레이션 무대 등 다양한 시도는 해외에서도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원조 한류’로 불리는 순수 국악인들을 중심으로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노력도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악이 세계 무대에서 케이팝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는 시기다.

‘작은거인’ 김수철이 한 방송 리허설 무대에서 멋진 기타연주를 선보이고 있다./연합뉴스


◇‘국악가요 30여년 만에 꽃 피우다’=BTS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가요와 국악의 컬래버레이션은 이미 20여년 전, 혹은 그 이전부터 꾸준히 시도돼왔다. 대표적으로 댄스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3년에 발표한 2집 타이틀곡 ‘하여가’를 꼽을 수 있다. 후렴구에 국악기인 태평소 소리를 삽입하는 파격적인 시도로 당시 문화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교과서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태평소 소리를 록 음악에 매칭했다는 점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2집 앨범은 200만장 이상 판매로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국악의 대중화에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요와 국악의 결합을 시도한 사례가 서태지와 아이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작은 거인’으로 불리던 가수 김수철은 86아시안게임 전야제 음악감독을 맡으며 자신의 기타산조 연주곡 ‘풍물’을 전야제 피날레 곡으로 써 전 세계인들에게 국악을 알렸다. 김수철은 1994년 국악앨범 ‘서편제’를 발표해 100만장 이상을 판매했고, 2002년 국내 최초로 국악과 록 음악을 결합한 ‘기타산조’ 앨범에서 여러 산조를 전자기타로 연주하기도 했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의 국악 대중화에 대한 노력은 그 이후로도 계속됐다.

서태지와 아이들, 김수철 외에도 1980년대 활약한 가수 정태춘, 김정호, 장사익 등이 ‘국악가요’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장본인으로 기록돼 있다. 이러한 노력이 30여년 만에 BTS를 통해 재현되면서 국악계에 다시 한 번 국악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한 기회가 찾아왔다는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국악과 가요의 결합이 국내 시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BTS는 해외 팬들을 겨냥하면서도 가사를 한글로 쓰는 등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며 “한국적인 색깔을 보고 싶던 팬들 입장에서는 우리의 전통적인 색채에 더욱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6년 9월 서울 종로구 돈화문국악당에서 열린 ‘2016 서울아트마켓’ 기자간담회에서 민요 록 밴브 이희문컴퍼니가 무대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적 요소 가미한 ‘퓨전국악’이 대세=국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퓨전 무대는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미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민요 록밴드 ‘씽씽(SsingSsing)’은 죽어가고 있던 우리 전통음악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민요를 바탕에 둔 리드보컬은 이희문은 경기민요 이수자로 록과 민요를 섞은 독특한 음악으로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무대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씽씽밴드는 2017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해 화제가 되면서 관련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조회 수 390만여 회를 기록하고 있다.

퓨전국악밴드 ‘잠비나이(Jambinai)’도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뮤지션으로 꼽힌다. 거문고, 피리, 태평소 같은 국악기로 록을 연주해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미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과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같은 대형 무대에서 대중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국악 재즈밴드 ‘블랙 스트링(Black String)’은 해외에서 이미 인정받은 퓨전 밴드다. 거문고 명인 허윤정을 리더로 결성된 블랙스트링은 국악기와 재즈기타 등으로 이뤄진 독특한 구성으로 재즈와 국악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블랙스트링은 지난해 해외 메이저레이블인 ACT와 아시아밴드 최초로 음반제작을 계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국악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은 국악인 출신이다. 송가인은 대학에서 판소리를 전공하는 등 15년 이상 국악을 해오다 트로트로 전향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 비결로는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첫 번째로 꼽는다. ‘팝핀 현준과 박애리’는 국악과 퍼포먼스의 콜라보라는 색다른 장르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예술인 부부이다. 이외에도 국악과 힙합, 국악과 뮤지컬 등 국악 기반으로 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주목받으면서 문화예술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국악처럼 다채로운 음악은 많지 않다”며 “케이팝 등을 통해 한국문화에 익숙해져 가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에 맞춰 국악을 대중음악에 담아내려는 다양한 시도는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모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2017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앞마당에서 열린 ‘국립고궁박물관 작은 음악회’ 공연 중 가야금 병창 최예림씨의 사랑가를 시민들이 감상하고 있다./연합뉴스


◇순수 국악의 세계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 케이팝 열풍은 우리 전통음악의 세계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그동안 국악계에서도 꾸준히 해외 공연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판소리, 민요, 국악기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국악인을 중심으로 해외공연을 통해 우리 전통음악을 소개해왔다. 해외에 소개된 우리 전통음악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으며 현지인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음악적, 문화적 우수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정착 대중화를 위한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대중음악의 소비문화라는 점에 주목해 국악인 스스로 다양한 분야와 접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문성 국악평론가는 “케이팝은 미국의 팝을 한국화한 것이지만 거기에 우리만의 소재를 섞었을 때는 그 자체로도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바로 퓨전국악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라며 “국악이 해외에서 케이팝, 케이컬쳐의 한 장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악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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