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이라는 벼랑 끝 전술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새 계산법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레드라인의 경계선에 있는 SLBM 발사라는 초강수를 둔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꺼낼 카드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핵실험과 ICBM 발사는 비핵화 협상의 파국을 상징하는 만큼 김 위원장이 당장 비핵화의 판을 깨는 도발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도 성과 없이 올해를 넘길 경우 권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협상 결렬 이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가 문제 해결의 방도를 미국 측에 명백히 제시한 것만큼 앞으로 조미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 말까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재차 촉구했다.
◇北, 추가 도발 나설까=김 위원장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본격적인 대미 여론전으로 포문을 열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측 대표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는 우리의 기대가 너무도 허황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했으며 과연 미국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입장을 가지고 있기는 한가 하는 의문을 증폭시켰다”고 비판했다.
특히 실무협상팀을 이끈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우리의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달려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급소를 정조준했다.
다만 박원곤 한동대 교수 “김 위원장이 말한 새로운 길에 ICBM 발사도 포함돼 있다”며 “SLBM 다음 단계는 ICBM으로 갈 수 있다며 미국의 셈법 변화를 요구하는 종전 입장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진단했다. ICBM 외에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위기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을 흔들 북한의 도발 카드로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 풍계리 핵실험장 원상복구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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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또 동북아 지역의 패권을 두고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밀착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입장차 확인한 북미, 차기 협상도 먹구름=실무협상이 결렬된 것은 지난 2월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처럼 양측이 비핵화 방식과 상응 조치를 두고 입장차를 보였기 때문이었을 확률이 높다. 협상대표로 나선 김 대사가 성명에서 핵실험과 ICBM 발사 중지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골송환 등을 부각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은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어야 영변 플러스 알파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교수는 “북한이 이번 실무협상에서 노골적으로 제재해제를 요구하고 체제안전 보장에 한미연합훈련 중단까지 주장하면서 최대치로 미국을 밀어붙였다는 느낌이 든다”며 “하노이 때는 미국이 일괄타결할 전부 혹은 전무로 판을 깼다면 이번에는 북한이 일괄타결안을 미국에 건네고 다음 단계 전략을 마련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상응 조치 요구에 대해 미국은 영변 플러스 알파 또는 포괄적 로드맵 마련이 먼저라고 맞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협상에서 자기들은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저들의 기존 입장을 고집하였으며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연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되풀이하였다”고 밝혀 미국의 입장이 일괄타결식 빅딜에서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미국 측에서 제기된 ‘2주 내 협상 재개’ 가능성도 일축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2주 후에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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