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27·비씨카드)는 18번홀(파5) 세 번째 샷을 치기 위해 페어웨이를 걸어가며 캐디와 이런저런 재밌는 얘기를 나눴다. 이번 대회와 상관없는 대화로 긴장을 풀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준비한 86m 거리의 샷을 장하나는 핀에서 한 뼘도 안 되는 거리에 붙였다. 한두 바퀴만 더 굴러가면 샷 이글이 되는 탭인 버디였다. 장하나가 18번홀(파5)에서 나온 ‘명품 웨지 샷’을 앞세워 국내 남녀 골프대회를 통틀어 역대 최고 우승 상금(3억7,500만원)을 손에 넣었다.
별명이 ‘하나짱’인 장하나는 6일 인천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역전 우승했다. 공동 2위 이다연과 김지영을 1타 차로 따돌렸다. 2012년 첫 승을 시작으로 KLPGA 투어 통산 11승째이자 시즌 첫 승이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4승을 더하면 프로 15승째다. 올 시즌 준우승만 세 번 하며 쌓였던 아쉬움도 한 번에 털어버렸다. 상금 12위서 단숨에 2위(약 7억9,300만원)로 올라섰다.
2라운드에 3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가 3라운드에 1타 차 2위로 내려간 장하나는 이날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였다. 버디 퍼트가 살짝살짝 빗나가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간 그는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던 이다연이 16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이다연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왼쪽 벙커 턱 쪽에 볼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박혀버렸다. 하는 수 없이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벙커 안 다른 지점에서 친 네 번째 샷이 길었다. 4온 2퍼트의 더블 보기가 됐다.
17번홀(파3)도 파로 넘겨 1타 차로 맞은 마지막 홀에서 장하나는 ‘클러치 샷’을 날렸다. 앞서 이다연의 90m 거리 세 번째 샷은 두껍게 맞아 그린에 겨우 올라갔다. 장하나의 버디 뒤 이다연의 첫 퍼트는 너무 길었고 넣어야만 연장에 가는 2m 파 퍼트마저 들어가지 않았다. 경기 후 장하나는 “버디 퍼트가 잘 떨어져 주지 않아 내내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캐디 오빠가 용기를 북돋워 준 게 큰 도움이 됐다. 15번홀쯤에서 들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효과가 컸다”며 “매일 한두 번씩 샷으로 핀을 맞힐 만큼 이번 주 감각이 좋았고 특히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뿌듯한 샷이 나와 이렇게 시즌 첫 승을 해냈다. 18홀 내내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시즌 2승의 이다연은 다잡았던 우승을 막판에 놓친 셈이 됐다. 이날 선두로 출발한 김지영이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이다연과 함께 공동 2위로 마쳤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국내 상금 1위 최혜진은 7언더파 공동 4위로 마감했고 신인 중에서는 이가영이 7언더파 4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가영은 8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터뜨려 8,000만원 상당의 메르세데스 벤츠 E300 아방가르드 차량도 받았다.
한 달 전 LPGA 투어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월요 예선을 거쳐 준우승한 재미동포 노예림은 4타를 줄여 3언더파 공동 12위로 마쳤다. 이날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한 14번홀(파4)에서 유일하게 버디를 잡았다. 노예림은 곧바로 미국 플로리다주로 이동해 L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치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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