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가 어려워 글이 이해되지 않을 때 사전을 찾는다. 마음이 어려워 세상이 난해하게 느껴질 때는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을 읽는다. ‘중요한 일’이 너무 많아 겨를이 없다고 금붕어처럼 뻐끔대던 어느 날 책장 안쪽에서 오랜만에 ‘마음사전’을 꺼냈다. 김 시인은 ‘중요하다’와 ‘소중하다’의 차이를 이처럼 풀이해 놓았다. 중요한 일에 몰두하면서 나는 중요한 사람이 돼간다. 그와 동시에 소중한 것들을 잊으면서 나는 덜 소중한 사람이 돼간다. 삶에서 중요한 것이 나쁘고 소중한 것만이 고귀한 건 아닐 테다. 중요한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소중한 것을 지켜낼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일들은 말 그대로 우리에게 무겁고 지대한 것을 요구해, 지금 당장 너의 백퍼센트 아니 백이십퍼센트를 내놓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중한 것은 품이 넓어 보인다. 나를 기다려주고 이해해주고 내가 달리다 문득 멈춰 뒤돌아봤을 때 그 자리에 고스란히 있어줄 것만 같다. 착각이다. 우리가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밀쳐 둔 소중한 것들은 어느 날 냅다 우리의 뒤통수를 후려갈길 것이다. 인생의 보복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중했던 내가 중요한 나로 변해가고 있다./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