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은 지금처럼 경기가 어렵고 불황이 깊어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습니다. 단체수의계약제도까지 폐지된 이후 영세업체는 더 막막해졌죠. 현실적으로 가구업체들을 돕는 방법은 협동조합을 통해 구매길을 넓게 열어주고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입니다”
김화만(사진) 서울경인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협동조합을 통한 판로 확충을 가구업계의 현안으로 꼽았다.
김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경인가구조합에는 198개 업체가 속해있다. 회원 중에는 직원이 10명도 안 될 만큼 영세한 곳이 적지 않다. 지난 2007년 공공기관이 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는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는 이들을 막다른 길로 몰았다. 보장됐던 판로가 좁아진 업체들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까지 마주했다. 가구업은 건설경기를 바라보는 천수답 성격이 짙다.
김 이사장은 “제품검사시설을 갖추지 못한 기업을 위해 5~6년 전부터 대한가구실험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연간 40~50곳에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 검사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런 시설을 조합 차원에서 갖춰야 할 만큼 업체들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구산업 전체의 영세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가구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제조업 전체 근로자의 48.5%(2016년 기준)가 1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한다. 직원 5인 미만 영세사업체 비중은 2006년 64.8%에서 2016년 70.9%로 되려 증가했다.
김 이사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답답해했다. 김 이사장은 “조합 차원에서 폐가구를 수거하는 사업, 학교에 가구기술을 전수하는 사업 등을 직접 하는 방안도 고려해봤는데 이미 시에서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등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중소기업 협동조합 육성과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이 영세 가구 업체를 살리는 해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67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제정됐지만, 그동안 지자체에서 조례가 없어 조합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뒤늦게 올 7월 충북을 시작으로 경북, 부산, 전남에서 조례가 만들어졌다. 전국적으로 제정 속도가 붙어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바람이다. 최근에는 답답함을 호소하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도 만났다. 김 이사장은 “가구특화거리, 생산 집적지 모두 상황이 어렵다”며 “서울시는 ‘조달시장을 통해 가구를 구매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을 통한 구매도 전향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이사장은 중기중앙회가 출범한 가업승계활성화위원회 위원장직도 맡고 있다. 중소기업 업계는 기업 상황을 고려해 가업상속공제제도 완화를 비롯해 각종 규제를 줄여달라고 요구해왔다. 올해로 40년간 기업을 운영해 온 김 이사장은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려는 중소기업 사장들과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으려는 자식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업을 승계하면 더 힘들어진다는 걱정이 크다”며 “중소기업 상황에 맞는 승계제도 개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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