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위해 레슨프로가 돼야 한다며 연습장을 떠나지 않던 소녀가 8년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에 올랐다. 이제는 운동선수로서 최고의 꿈인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다시 달린다.
LPGA 투어는 11일(한국시간) “이정은이 남은 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올해 신인상 수상자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정은(23·대방건설)은 현재 신인상 포인트 1,273점으로 2위 크리스틴 길먼(미국)에게 756점 차로 멀찍이 앞서 있다. 올 시즌은 종료까지 5개 대회가 남았지만 이정은은 일찌감치 신인상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그는 LPGA 투어와의 인터뷰에서 “5년 연속 한국 선수가 LPGA 투어 신인상을 수상할 수 있게 돼 정말 영광스럽고 뿌듯하다. 루키 시즌을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움을 준 한국 선배들의 조언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신인상 수상은 통산 13번째이며 5년 연속이다. 2015년 김세영을 시작으로 전인지·박성현·고진영으로 이어진 바통을 이정은이 받았다. 앞서 임성재(21)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8~2019시즌 신인상 수상에 이어 한국 남녀가 세계골프 최고 무대에서 최고 루키 타이틀을 석권한 것이다. 이정은과 임성재는 한국체대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이정은은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겪는 등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에 골프를 접었다가 골프를 벌이 삼아야겠다는 생각에 중3 때부터 무섭게 연습했다. 지난 시즌 국내 무대에서 상금왕·최소타수상 2연패를 달성한 뒤 LPGA 투어 ‘입학시험’인 퀄리파잉 시리즈를 1위로 통과해 미국에 진출했다. 최고 메이저대회인 6월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100만달러 잭팟을 터뜨린 이정은은 3개 대회 준우승을 포함, 톱20에 10차례 진입하는 꾸준한 성적을 냈다. 세계랭킹 4위에서 내년 여름 도쿄 올림픽 선발을 노리고 있다. 그에 앞서 상금 2위(약 191만달러), 올해의 선수 포인트 2위에서 막바지 타이틀 경쟁에 뛰어들 참이다. LPGA 2019시즌 시상식은 다음달 21일이며 이정은은 영어 연설로 고마운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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