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인 더 CJ컵은 ‘월드 넘버원 등용문’이다. 2017년 10월 초대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이듬해 2월 승수를 보탠 뒤 5월에 생애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브룩스 켑카(미국)도 지난해 이 대회 우승 직후 생애 첫 월드 넘버원 타이틀을 얻었다.
10년 계약의 3회째인 올해는 이들 2명의 챔피언과 함께 ‘퍼트 귀신’ 조던 스피스(미국)와 ‘쇼트게임 마술사’ 필 미컬슨(미국)이 처음 출전한다. 대회 총상금도 무려 975만달러(약 115억3,400만원)로 최고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1,150만달러)와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더 CJ컵은 다음주 조조 챔피언십(일본 지바), 그다음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 챔피언스(중국 상하이)로 이어지는 PGA 투어 아시아 시리즈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오는 17일부터 나흘간 제주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파72)에서 열리는 더 CJ컵에는 켑카·토머스·스피스·미컬슨 외에도 제이슨 데이(호주)·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패트릭 리드(미국) 등 메이저대회 우승 경력자들이 넘쳐난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일본 조조 챔피언십 주요 참가자 명단과 비교를 피할 수 없지만, 이 정도 진용이면 골프팬들을 설레게 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켑카의 2연패 여부다. 그는 드라이버 샷 평균 320야드를 뽐내는 장타자면서도 정교하고 냉철한 코스 운영으로 지난해 4타 차의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2018~2019시즌에 메이저 1승을 포함해 3승을 쌓은 켑카에게 더 CJ컵은 2019~2020시즌 두 번째 출전 대회다. 그는 지난 5월부터 5개월간 단 한 번도 세계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메이저 3승을 자랑하지만 최근 2년여간 우승이 없는 스피스는 한국에서 부활을 노린다.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인 49세 백전노장 미컬슨은 PGA 투어 통산 45승째에 도전한다.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 게리 우들랜드(미국)는 6월 메이저 US 오픈 우승자로 더 주목받고 있다.
스피스는 “친구인 토머스가 제주 특유의 바람과 대회 주최 측의 탁월한 선수 대우 등에 대해 잘 설명해줬다. 더 CJ컵에서 겪게 될 새로운 경험들이 정말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유럽의 강자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는 “제주는 내 고향처럼 바람이 아주 강하다고 들었다. 바람을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팬들이 바라는 최고 시나리오 중 하나는 한국 선수의 우승일 것이다. 총 78명의 출전 선수 중 한국 국적은 16명.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대상 문경준, 상금왕 이수민, ‘일본파’ 박상현, CJ 그룹 초청 최경주 등이다. 그중 2018~2019시즌에 아시아 최초로 PGA 투어 신인상을 탄 임성재(21·CJ대한통운)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임성재는 13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7타 차를 뒤집는 역전 우승을 차지한 뒤 그날 곧바로 제주로 이동해 더 CJ컵을 준비했다. 아직 PGA 투어 대회 우승이 없는 그는 “샷 감각이 좋아서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일단 톱5 진입을 목표로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성재와 신인상을 다퉜던 콜린 모리카와(미국)와 매튜 울프(미국) 등 PGA 투어를 대표하는 영건들도 대거 출격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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