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흥행 영화에 가려졌던 저예산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센터가 생긴다. 중소영화제작사를 지원하는 투자펀드를 신설하고, 도서관이나 갤러리, 북카페 등에서의 영화 상영 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영화산업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콘텐츠 산업 3대 혁신전략’을 분야별로 구체화한 것이다.
‘영화가 있는 삶, 내일이 있는 한국영화’를 비전으로 삼고 창작자 중심의 새롭고 다양한 한국영화(창작), 영화산업 지속 성장 기반 강화(산업), 일상 속 영화 향유 문화 확산(향우) 등 3대 핵심전략과 11개 중점 과제를 담았다.
우선 문체부는 영화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영화에 다양성을 담을 수 있도록 독립·예술영화 생태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우수한 독립·예술영화가 충분한 상영 기회를 갖도록 지원하는 ‘독립·예술영화 유통지원센터’(가칭)를 내년에 신설한다. 유통지원센터는 독립·예술영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온라인 상영관을 비롯한 공공·민간 상영관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배급마켓, 전용관 공동 프로그래밍 등 마케팅과 전문인력 육성도 지원한다.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독립·예술영화를 관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독립·예술영화 통합 예매시스템’도 새로 구축한다. 칸, 베를린, 로카르노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우수한 국내 독립·예술영화가 출품될 수 있게 지원하고, 국내외 마켓 활동 지원도 강화한다. 이와 더불어 뛰어난 제작 역량을 갖추고도 투자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화제작사를 위한 ‘강소제작사 육성펀드’를 내년 모태펀드 영화계정에 신설하기로 했다. 투자를 받은 중소영화제작사는 독립적 창작활동을 통해 작품에 대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중소영화제작사들에 대한 세제 지원을 위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를 2022년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영화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시나리오 창작·기획·개발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한국영화 기획개발(시나리오창작)센터’를 지난 6월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비디오법)’ 내에 ‘영화 창작자’ 지위를 신설해 영화 창작자들이 법적인 지원과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영화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영화산업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영화에 배정되는 스크린 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스크린 독과점이 심한 프라임시간대(13~23시) 스크린 점유 상한을 50%로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스크린 독과점 금지 법안이 국회 발의된 상태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 모니터링과 조정 역할을 강화하고, 영화인 경력관리 지원체계를 구축해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여건을 조성한다.
문체부가 영진위와 함께 한국 영화 주요 수출시장인 아시아 권역과 상호 교류를 기반으로 아시아 영화산업 동반성장을 이끌기 위해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세안 10개국과 협력해 영화 공동제작 지원, 공동 프로모션, 영화인 교육 교류 등을 진행한다.
인터넷TV(IPTV), 온라인 영상플랫폼 확대에 대응해 ‘온라인상영관 통합전산망’을 올 연말까지 구축하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을 영화에 접목한 실감콘텐츠 제작도 강화한다.
국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영화를 쉽고 편하게 향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우선 수도권 중심의 영화 향유·창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 영화 생태계 구축을 돕는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우리동네 소극장’(공동체상영)을 활성화해 일상 속 상영 공간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장비와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원한다. 도서산간·군부대 등 문화 소외지역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영화관’도 확대해 더 많은 국민이 영화 향유 기회를 고르게 보장받을 수 있게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한국형 동시관람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영진위는 지난 4월 장애인 영화관람 지원 서비스의 브랜드 명칭을 ‘가치봄’으로 발표하고 기술 특허 등록을 마쳤다. 지역 영화문화 협의체와 지역영화 창작스튜디오 등의 설립과 운영도 지원한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이번 영화산업발전계획은 지난 100년간 눈부시게 성장해온 한국 영화산업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정책 의지를 구체화 것”이라며 “5G 시대의 도래, 온라인 플랫폼의 발전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우리 영화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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