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과 함께 남북관계가 냉각되면서 29년 만에 열리는 역사적인 평양 원정 경기의 생중계도 무산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당국은 당국대로, 축구협회는 축구협회대로,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제기) 했는데 결과적으로 원했던 만큼 안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에 나서지 않는 남측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축구협회는 지난 7일 한국 선수단 등에 대한 초청장을 보내면서 취재진 방북에 대해 ‘축구협회의 권한 밖으로 당국이 협의할 사안’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북한축구협회는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대로 하겠다’면서도 취재진 수용 문제는 자신들의 권한을 벗어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은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15일 열리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남북 전 경기에는 애국가와 태극기가 게양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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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역사적인 남북전 경기를 앞두고 생중계 등을 위해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갔지만 끝내 남측 취재진의 방북을 불허했다.
북측이 남측 취재진의 방북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현재 냉각된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남북 전 경기를 관광상품으로 외국인에게 판매했지만 대한민국과 미국인 및 취재진의 관람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5일 열릴 평양 원정은 ‘깜깜이 진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여러 편의보장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FIFA 규정을 따르고 있고, 그런 취지에서 보면 (남북간 인식에) 간극이 있어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이 당국자는 응원단이나 취재진 파견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을 경우 제3국 개최를 요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대한축구협회가 기존 A매치 경기 관례, 경기 일정, 선수들의 일정 등을 고민한 것으로 안다며 “축구협회의 결정인 만큼 정부로선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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