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고 강력한 대출규제가 시행되다 보니 이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금이 많은 사람은 더 여유가 생겨 부동산 투자를 늘리면서 양극화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서울 아파트, 그중에서도 강남으로의 쏠림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가 인상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은행 예금보다는 증권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흐르게 된다”며 “그동안 은행에 돈을 넣어뒀던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들이라면 주식보다는 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부동산 시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워낙 대출규제가 세다 보니 추가 자금 유입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정 부동산으로의 쏠림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그동안의 학습효과에 따라 인 서울, 강남 3구, 그중에서도 아파트를 선택할 것”이라며 “이번 금리 인하로 서울 아파트, 특히 강남 주택을 구매하려는 심리가 자극될 것”이라고 봤다. 대출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자산가들이 금리 인하를 기회로 서울 알짜 아파트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집값은 당분간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는 여력이 커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금리 인하가 서울 아파트 매물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거래절벽이 심화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오른 호가대로 거래되면서 집값도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7월 금리 인하 이후 부동산 시장이 보합에서 강보합으로 전환됐다면 이번 금리 인하 이후에는 강보합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에도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단 각종 규제로 집값이 급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3년 전 저금리 당시에는 정부의 대출규제가 약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곧장 이어졌다”며 “하지만 지금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탄탄한 만큼 빚을 내서라도 서울 부동산을 사려는 시도가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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