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전체를 위한 공익성과 개인의 재산권 행사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난항을 겪어왔던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사업이 민관 공동건축설계 검토회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17일 시청 기자회견장에서 이같이 말하며 지난 1년여간 추진에 난항을 겪었던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사업에 대한 합의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부산시민공원 인근에서 추진 중인 재정비촉진사업은 공공성 확보와 개인의 재산권 행사라는 양 측면에서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부산시는 민선7기에 들어 시민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조합측과 논의를 진행해왔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에 국내 최초로 조합측과 부산시 김인철 총괄건축과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관 공동건축설계 검토회의’를 시도해 마침내 합의안 도출에 이르렀다. 오 시장은 “부산시민공원은 350만 부산시민 모두의 공원”이라며 “누구도 사유화할 수 없는 시민 모두의 재산이라는 것이 우리 모두의 기본적인 인식”이라 강조했다.
오 시장은 합의안 설명에 앞서 “부산시는 재정비촉진사업을 통해 새롭게 시민공원 주변에 만들어지는 ‘파크시티’(가칭)는 시민공원과 하나로 연결해 자연에 순응하는 형태로 배치한다는 방침”이라 밝혔다. 이어 “공원에 대한 시민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스카이라인은 숲과 조화를 이루며 부산시민공원을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지켜나갈 계획”이라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이번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건물 층수와 높이를 하향 조정해 건축물의 스카이라인을 살리기로 했다. 부산시가 주거지 아파트 허용 한도로 검토 중인 35층을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는 건축물 수를 29개 동에서 22개 동으로 줄이고 35층 이하의 저층 건축물을 1개 동에서 18개 동으로 늘려 고층으로 인한 조망 차폐를 저감시켰다.
또 건물 동수와 배치계획을 조정해 통경축을 확보하고 공원 지역의 일조를 대폭 개선했다. 촉진2구역의 건물 5개 동을 2개 그룹으로 묶어 통경축을 확보했으며 촉진1구역의 동수를 7개 동에서 5개 동으로 줄이고 촉진2구역과의 간격을 기존 계획보다 50% 이상(약 150m) 띄어 남쪽방향에서 시민공원으로 햇빛이 더 들어오도록 계획했다.
이와 함께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리도록 촉진3·4구역에 특별건축구역이라는 대안적인 설계를 추진했다. 평지와 구릉지 등 자연지형을 보전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통해 기존의 아파트 단지 배치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새로운 주거형태를 만들었다.
특히 새롭게 만들어지는 지역은 열린 공간으로서 24시간 365일 개방되는 마을 형태의 주거지가 될 예정이다. 부산시는 재정비사업 이후에도 시민 누구에게나 개방된 마을로 유지될 수 있도록 파크시티를 전국 최초 5개 단지 전체의 울타리를 없앤 ‘열린 마을’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재정착해 살아야 하는 주민들의 입장과 시민들의 공공성 확보 요구를 조화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라며 “합의를 계기로 앞으로 시민공원이 주변 지역 주민들과 시민들 누구나가 편안하게 산책하고 힐링할 수 있는 도심 속 휴식 공간이 되도록 가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08년 시가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계획을 승인했던 만큼 이번 안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공공성 확보를 위한 여러 논의 끝에 얻은 사회적 합의임을 강조한 것이다.
향후 부산시는 공공성 확보방안에 대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조합에서는 변경되는 사업계획에 대한 조합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진행될 계획이다. 변경되는 협의안에 대해서는 각종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시는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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