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루비안 맨은 모나리자·최후의만찬과 함께 다빈치의 3대 걸작으로 꼽힌다. 다빈치는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궁전 서고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따라 종군한 유명한 로마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저서를 본 후 이 드로잉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비트루비우스의 저서는 오랫동안 잊혔다가 이 무렵 발견됐다. 당시 그리스·로마 문화의 부활을 추구했던 미술인들이 이 저서에 빠져든 것은 당연했다. 비트루비우스는 그의 저서에서 인체는 비례의 모범이며 팔과 다리를 뻗으면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인 정사각형과 원에 딱 맞는다고 서술했다. 다빈치는 인체 속에 완벽한 우주의 질서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고 황금비율을 적용해 인체를 그려냈다. 이를테면 ‘발~배꼽, 배꼽~머리 길이의 비율’ ‘배꼽~무릎, 무릎~발 길이의 비율’ 등이다. 이런 관점은 원근법과 명암법 탄생으로 이어져 근대 서양미술의 근간이 됐다. 황금비는 오각형의 대각선을 연결했을 때 분할되는 비율로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찾아냈다.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비율이라고 해서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등 역사 속 유명 건물·조각 작품에 많이 적용됐다고도 한다.
한 이탈리아 문화유산보호단체가 비트루비안 맨의 훼손을 우려해 프랑스에 대여하지 못하도록 소송을 냈다가 최종 패소판결을 받았다. 베네치아법원은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였지만 본안 소송에서 이를 뒤집었다. 이에 따라 비트루비안 맨은 다빈치 사후 500주년을 기념해 12월14일까지 2개월가량 루브르 박물관에서 특별전시가 가능해졌다. 평소에도 발 디딜 틈이 없는 루브르 박물관이 비트루비안 맨으로 더 붐비게 생겼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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