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 차인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글로벌 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른바 ‘자본수출’의 선봉장을 자처한 것이다.
김 대표는 “올해 말께 가면 전체 투자금액 중 25%가량을 해외 시장 개척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해외에 투자한 비중은 10% 정도였다. 그는 “해외 시장을 모르면서 국내 기업에 글로벌 진출을 하라고 할 수 없다”며 “해외 투자를 통한 네트워크 확장으로 국내 기업에도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진행되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올 5월 KB금융그룹의 각 계열사가 출자한 ‘KB글로벌플랫폼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2,200억원 규모인 이 펀드는 동남아시아·인도 등 글로벌 시장 내 유망 스타트업을 투자하기 위해 결성됐다. 실제 지난 6월에는 글로벌 승차공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 그랩에 투자하며 동남아시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출범한 모빌리티 기업으로 우버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남아시아 8개국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랩을 시작으로 펀드의 60% 이상이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된다.
김 대표의 글로벌 진출전략은 차별화다. 그는 “다른 VC와 다르게 글로벌 투자전략을 지역·산업에 따라 나눴다”며 “바이오 산업은 전 세계에 지역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고 이 밖에 기업은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집중해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KB금융지주도 최근 500억원 규모로 KB인베스트먼트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는 2023년까지 KB금융지주가 5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펀드도 KB인베스트먼트가 운용을 맡는다.
최근 글로벌 스타트업의 거품 논란에 대해서도 지역·산업의 다변화로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스타트업들이 기존 산업 질서 속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며 “에어비앤비·우버 등 성공한 스타트업이 나오면서 이제는 과연 대형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는 적정한가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대형 유니콘 기업들의 가치가 시장이 아닌 일부 소수 투자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정해진다는 주장이다. 실제 사무실 공유기업 위워크는 북미 상장의 실패로 기업가치가 반토막이 돼 투자자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골드만삭스도 큰 손실을 떠안았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VC 생태계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위워크의 상장 실패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기업의 가치 결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KB인베스트먼트도 특정 투자자에 의해 급격히 기업가치가 오른 기업보다는 시장에서 적절히 평가받는 글로벌 기업을 위주로 투자처를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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