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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는 기회·위기 공존...집요함 있어야 남들 못보는 투자기회 잡죠

[CEO&STORY]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대학 졸업후 한국종합기술금융 입사

한국투자파트너스로 옮기기까지

IMF·IT버블·리먼사태 등 겪었지만

호기심·열정으로 트렌드 변화 연구

中 진출 땐 투자 수익률 100~600%

의구심 컸던 저가 화장품 투자에선

원금의 14배 넘는 213억 수익 올려





김종필(사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년 이상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지난 1990년대 외환위기 사태와 2000년 초반 정보기술(IT) 버블, 2008년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기회와 위기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지론을 몸소 체득했다. 김 대표는 “늘 위기와 기회가 병존하는 게 VC업”이라며 “만약 기회만 있다면 투자에 대한 비용은 계속 올라가 결국 꼭대기에는 손실 가능성이라는 위험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VC의 세계는 다른 업종보다 곱절로 위기와 기회가 요동치는 곳이다. 그런 만큼 위기 속에서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호기심’과 ‘집요함’을 갖고 투자 기회를 살펴야 하는 것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최고 덕목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김 대표는 “요즘 창업이 늘어나면서 ‘어쩌다 심사역’이라는 말이 많아지고 있다”며 “벤처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어쩌다 심사역이 아닌 창업자의 파트너란 마음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호기심과 열정을 가장 중시한다. 그는 “호기심이 있어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며 “또 집요하게 투자 기업을 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양보할 수 없는 심사역의 DNA로는 집요함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집요함은 투자에 대한 확신을 만드는 기초체력과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확신이 없으면 투자 기업의 작은 어려움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대표는 “모두가 박수를 치는 투자는 그만큼 가격이 높다”며 “시장 수익률을 넘으려면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봐야 하는데 이는 호기심과 집요함이 핵심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당시 공기업이었던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인베스트먼트)에 입사했다. 막판까지 고민한 회사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하지만 중소기업을 경영하던 아버지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VC로 마음을 굳혔다. 1997년 당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터넷이 막 꽃피던 시절이었다. 한국종합기술은 당시부터 실리콘밸리에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한국이 PC통신을 하고 있을 때 실리콘밸리는 디지털가입자망(DSL)·케이블모뎀 등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었다”며 “1997년부터 코퍼마운틴 등 북미 통신장비업체 등에 건당 50만달러씩 투자를 진행했다”고 회고했다.

인터넷 혁명 속에서 ‘IMF 구제금융 사태’가 터졌다. 한국종합기술금융은 민영화됐고 전 세계적인 IT 버블 붕괴도 이어졌다. 2000년 초 미국의 닷컴버블 사태가 벌어지고 2,834포인트까지 갔던 코스닥 역시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후 몇 년간 VC의 암흑기가 시작됐다.

김 대표의 이력도 이 무렵부터 큰 변화를 겪었다. 당시 한국종합기술 국제부장이었던 양정규 전 아주그룹 부회장과 함께 회사를 나와 투자사를 차렸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실패했다. 그 후 미래에셋벤처투자를 창업한 박현주 회장을 만나 회사의 초창기 멤버로 합류했다. 그러다 10년 이상 몸담게 된 동원창투(현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입사한다.

그러다 또 위기가 터졌다. 2008년 ‘리먼 사태’다. 김 대표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중국 진출을 위해 현지 사무소를 막 설립한 때”라며 “하필이면 경영진들과 중국 사무소를 방문하고 귀국하자마자 리먼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리먼 사태 당시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며 “VC는 새로운 투자를 위해 자금 조달을 해야 하고 기존 투자에 대한 회수를 진행하는데 이 두 가지가 모두 안 됐다”고 전했다. 리먼 사태 직후 김 대표는 한국투자파트너스최고투자책임자(CIO)에 올랐다.





위기는 다시 기회가 됐다. 리먼 사태라는 위기 속에도 한국금융지주는 전폭적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를 믿어줬고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게 정상화됐다. 무리하지 않고 기회를 모색하고 유망 투자처에 꾸준히 씨를 뿌렸다. 성과는 시간 차를 두고 속속 드러났다. 2008년에 시작한 중국 진출은 2015년부터 속도가 나 올해 들어 투자 회수 수익률만 100~600%를 기록하고 있다. 김 대표가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있을 때 투자한 우리이티아이·화성바이오팜도 1년에 100억원 이상의 자본이득을 거뒀다. 리먼 사태 때 운용자산(AUM) 기준 3~4위권이던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리먼 사태가 가신 2013년 들어 업계 1위권으로 안착했다.

김 대표는 IMF와 IT 버블 붕괴, 리먼 사태 등을 통해 산업 트렌드의 변화를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VC는 말 그대로 모험”이라며 “성장산업에 대한 감이 중요해 변화에 대한 트렌드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초에는 삼성전자·LG전자가 주도한 핸드폰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관련 부품사의 실적이 크게 뛰었다. 리먼 사태 이후에는 스마트폰 산업이 시작되며 모바일메신저·모바일게임 등 IT서비스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선진국의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신약 개발에 대한 트렌드를 읽고 VC 업계 최초로 바이오팀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트렌드가 변화하는 순간 기회가 있다는 것은 ‘미샤’로 유명한 화장품 기업 에이블씨엔씨 투자를 통해 절감했다. 2000년대 초반의 화장품 가격은 저렴해도 3만~4만원이 기본이었지만 에이블씨엔씨는 3,3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제품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에이블씨엔씨의 성공은 인터넷의 대중화와 시기가 정확히 일치한다”며 “인터넷을 통한 사용자 후기 등을 통해 빠르게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이 없었던 1990년대에 일반 번화가에서 판촉행사를 했다면 금세 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화장품이라도 인터넷으로 인해 유통과정·마케팅이 빠르게 변하던 시기에 관련 기업을 포착해 투자했는데 실제 에이블씨엔씨는 투자 당시 30억원 매출에서 2년 후 1,000억원 매출,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연히 투자 수익도 막대했다. 김 대표는 에이블씨엔씨 투자를 주도했다. 15억원을 투자했는데 투자 원금의 14배가 넘는 213억원의 수익을 봤다. 당시 업계에서는 “웬 저가 화장품 투자냐”며 의구심이 컸지만 본질은 인터넷 산업의 트렌드 변화였다. 이 같은 확신이 커다란 수익을 가져다준 것이다.

김 대표는 2018년 한국투자파트너스를 떠나 KB인베스트먼트 대표로 갔다. KB인베스트먼트는 2년 사이 인력만 2배로 늘어났고 운용자산 규모도 연말 기준 1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농협금융지주 등 금융지주 계열 VC가 늘어나고 있는데 KB인베스트먼트는 설립된 지 30년이나 된 덕에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 KB인베스트먼트 대표 자리는 KB국민은행 출신들이 맡아왔다. 이 때문인지 VC업계에서도 KB인베스트먼트의 활약상이 돋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업계 전문가인 김 대표 취임 이후 많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He is...△1970년 전북 부안 △서강대 경영학과 △1997년 한국종합기술금융 △1999년 미래에셋벤처투자 △2000년 한국투자파트너스(옛 동원창업투자) △2018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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