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비선 실세 요구냐? 부정한 청탁 대가냐?=최근 대법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뇌물공여자라며 뇌물액 70억원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뇌물공여로 2심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앞서 유사한 사건인 이 부회장의 경우도 최씨에 대한 강요죄를 무죄로 판단하고 말 구입액과 영재센터 지원을 뇌물로 인정해 뇌물액수가 86억원으로 높아졌다. 다만 이 뇌물이 승계작업을 위한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에서 파생된 포괄적 뇌물공여라고 적시했다. 즉 비선 실세가 먼저 요구한 불가피성(수동적 뇌물)일 뿐 스스로 부정한 청탁을 하려 했던 의도가 아니라고 봐 파기환송심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②뇌물이냐? 횡령이냐?=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 판단에서 금전적 제공을 뇌물로 보느냐, 횡령으로 보느냐도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뇌물죄는 받는 사람과 달리 준 사람의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지 않아 형량이 높지 않다. 뇌물액수가 70억원이든 86억원이든 집행유예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의 뇌물로 인정된 액수가 삼성 자금의 횡령액으로 적용된다면, 횡령액 50억원이 넘어갈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로 실형 가능성이 있지만 작량 감경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뇌물을 공여한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결국 86억원이 모두 뇌물액수로 인정받는 게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 데 유리한 셈이다.
③작량감경 적용 여부=이번 파기환송심의 최대 변수는 작량감경이다. 정상참작 사유가 있을 때 법관의 재량으로 형량을 절반으로 감형할 수 있는 게 작량감경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 입장에서 감경요인을 적용할 변수가 많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비선 실세의 요구에 따른 뇌물공여라는 점을 인정했다. 회사가 본 피해금액을 본인이 직접 사용한 것도 아닌데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반환한 것 역시 감경요인이다. 또 재산국외도피 관련 혐의가 무죄로 인정받은 것은 부정한 청탁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게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여기에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시점에서 재계 1위의 기업이 오너 리스크에 또 한 번 휘말릴 경우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재판부에게는 고려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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