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수괴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제거했다고 밝힌 가운데 러시아는 그의 사망을 확신할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27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알바그다디가 미국의 공습으로 제거됐다고 믿을 증거가 없으며, 그런 공습이 있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의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에 대해 신뢰할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미국 항공기의 이들립 긴장완화지대 비행과 관련해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주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의 마지막 저항 거점이다.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와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이들립 일대에서 휴전에 합의하고 중화기를 들여올 수 없는 긴장완화지대를 설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알바그다디의 사망을 공식 발표하면서 러시아가 미군 항공기를 위해 이들립 상공을 열어줬다고 밝혔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또 “최근 며칠간 미군 또는 미국 주도의 IS 격퇴 국제동맹군의 이들립 공습은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 말했다. 그러면서 “알바그다디가 이들립의 ‘자바트 알누스라’(알카에다의 옛 시리아 지부)가 장악한 지역에 은신했다는 점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조직(자바트 알누스라)은 라이벌인 IS 조직원을 서슴없이 살해해왔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나 다른 작전 참여자들은 알바그다디가 시리아의 알카에다 통제 지역에 머물렀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터키 국방부와 쿠르드 민병대(YPG)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은 미국의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터키 국방부는 트위터를 통해 “전날 밤 이들립에서 미군의 작전이 있기 전 양국 군사 당국 간 정보 교환과 협력이 이뤄졌다”고 알렸다.
로이터 통신은 터키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알바그다디가 미군의 작전이 시작되기 48시간 전 이들립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미군과 함께 IS 격퇴전에 참여해 온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아브디 총사령관은 트위터에 “알바그다디를 제거하기 위한 합동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5개월 동안 정보 협력과 정확한 감시가 이뤄졌다”며 “이 위대한 임무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고 적었다. 레두르 칼릴 SDF 사령관도 “SDF의 정보조직이 알바그다디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후 작전이 이뤄졌다”며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공격으로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이 한 달 이상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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