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한국방송공사(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정현 국회의원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50부(부장판사 김병수)는 28일 오후2시 방송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의원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의 유죄 판단은 그대로 유지됐으나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 의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지난 2014년 4월21일 KBS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해경의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가자 김모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이 의원은 당시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보도하라”고 항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새누리당(옛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맡았던 이 의원은 친박계 인적 청산 압박에 2017년 1월 탈당했고 현재는 무소속으로 남았다.
이 의원은 KBS가 사실과 다른 뉴스를 냈기 때문에 언론 담당자로서의 역할만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오보에 항의만 했지 KBS의 편집권이나 인사권에 간섭할 권한도, 의도도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1심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권력이 언론에 관여하는 행위가 계속되는 것이야말로 시스템의 낙후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단순 보도 항의나 오보 지적은 아니며 편집권에 간섭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른 방법으로 보도를 비평하거나 정정보도를 청구할 절차가 있었기 때문에 위헌법률제청 대상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다만 “당시 해경이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구조 작업에 전념토록 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를 정정하기 위한 동기 등에 참작할 사정이 있어 보인다”며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2심 판결로 이 의원의 의원직 유지는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벌금 100만원 이상) 외 형사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의원직을 잃는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이미 공소사실 대부분이 유죄로 판단된데다 판결 내용이 양형부당(징역·금고 10년 이상)으로 인한 상고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이 의원이 직을 상실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이날 재판 전후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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