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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좌파 페로니즘' 부활…멀어진 경제회복

우파 마크리 정부 4년 失政에

페르난데스, 48% 득표율로 당선

시장친화 기조 일부 내비쳤지만

심각한 경제난 극복 회의론 여전

개혁후퇴 우려 투자 회수 조짐에

아르헨 중앙銀 '외환통제' 나서





남미 2위 경제대국인 아르헨티나에서 4년 만에 ‘페론주의’가 부활했다. 지난 2014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충격에 휩싸인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나라를 바꿔보자며 친기업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경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시 좌파에 국가 운명을 맡긴 것이다. 마이너스 성장, 물가 폭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좌파의 재집권으로 아르헨티나 경제 회복은 더 요원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시간) 전날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모두의전선’ 후보가 중도우파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개표율 97%를 기준으로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48.1%를 얻어 ‘변화를위해함께’ 후보로 연임에 도전한 마크리 대통령(40.4%)을 7%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45% 이상을 득표하거나 1위가 40% 이상을 얻는 동시에 2위에 10%포인트 이상 앞서면 당선이 확정된다는 선거 규칙에 따라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2차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확정했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변호사이자 법학 교수 출신으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집권한 2003년부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아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집권 초까지 내각 총책임자인 국무실장을 맡았다. 대중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그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올해 5월 대통령후보로 지명되면서부터다. 부통령후보로 나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꼭두각시’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페르난데스 대통령 당선인은 8월 대선 예비선거에서 47.8%의 지지율로 마크리 대통령을 약 16%포인트 앞서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번 승리로 경제침체, 부패 의혹 속에 2015년 쓸쓸히 퇴장했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부통령에 올라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중도좌파연합 ‘모두의전선’ 대통령후보가 27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대선 승리를 확정한 후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연합뉴스




좌파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최대 이유는 마크리 정부의 실정(失政)이다. 2012·2014년 마이너스 성장, 2014년 역사상 두 번째 디폴트를 맞았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수십년간 이어진 좌파 이념에 환멸을 느끼고 2015년 자동차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마크리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2007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당선 이후 대중교통 체계 개혁을 주도했던 그는 취임 후 정부 노동 부문과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했지만 페소화 가치 폭락, 공공요금 폭등, 실업률 급등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 56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대대적인 긴축에 내몰렸다.

야당이 온건좌파인 페르난데스를 대통령후보로 앞세워 중도 표심을 공략한 전략도 주효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페론주의자로 분류되지만 키르치네르·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부부와 비교하면 온건한 페론주의자로 꼽힌다. 페론주의는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이념으로, 민족주의와 포퓰리즘 등을 특징으로 한다. 최근 좌파 집권 이후 디폴트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금융시장이 동요하자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IMF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지난 정권처럼 외환을 통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투자자들을 달래기도 했다.

다만 페르난데스 당선인이 친시장 기조를 일부 내비치며 좌파 정권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할 것으로 확신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아르헨티나는 경제난에 시달리면서 빈곤율이 35%까지 치솟았고, 페소화 가치는 지난해 초 이후 70%가량 떨어졌다. 세계은행이 올해 아르헨티나 경제 성장률을 -3.1%로 내다보는 등 아르헨티나 경제는 침체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흐름이다.

아르헨티나 경제개혁이 후퇴할 것을 우려한 투자가들이 자금을 대거 회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달러 구매 한도를 대거 낮추며 외환 통제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성명을 인용해 중앙은행이 달러 월 구매 한도를 기존 1만달러에서 200달러로 낮출 것이라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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