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들은 이러한 흐름을 예상했던 것일까. 영화 개봉에 즈음해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연 배우 정유미(김지영 역)와 공유(대현 역)는 ‘악플 테러’ ‘평점 테러’에도 초조하거나 불안할 기색이 없었다. 온갖 ‘잡음’에도 휘둘리지 않고 영화의 ‘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여줬던 배우들이 인상적이었다.
정유미는 “시나리오와 작품 소개를 처음 받았을 때는 원작 소설을 읽지도 않았고 페미니즘 이슈가 있었는지도 몰랐다”며 “다만 영화가 저를 강하게 원하고, 저를 꼭 캐스팅하고 싶다는 에너지가 느껴져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캐스팅 이후 악플도 많이 달렸지만, 그런 것들이 저를 방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이 이야기를 잘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덧붙였다. 공유도 “그냥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었고 후회는 없고,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하며 “제가 이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밤길을 조심해야 하고, 경호원을 붙여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라며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였다.
두 배우는 남아선호사상이 짙거나 가부장적이지 않은 집안 분위기에서 자랐다. 영화가 다루는 문제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기에 오히려 감정의 과잉 없이 담담한 연기로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유미는 “집에서는 남동생보다 오히려 제가 더 대우를 받았다”면서 “저로 인해 섭섭했을 수도 있을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고, 이런 감정이 연기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공유는 “아들이라고 대우를 받은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이건 제 생각이고 누나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이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저마다 ‘우리 가족은 어땠나’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배우는 영화 ‘도가니’와 ‘부산행’에 함께 출연했다. 사회성이 짙은 ‘도가니’나 한국에서 보기 드문 좀비 영화인 ‘부산행’ 모두 흥행을 담보할 수없는 ‘비주류’ 장르였지만, 이들의 안목은 탁월했다. ‘도가니’는 466만 명을, ‘부산행’은 천만 관객을 각각 동원했다. ‘82년생 김지영’ 역시 숱한 논란과 악플을 딛고 꿋꿋하게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소설과 달리 여성 차별에 대해 날 선 어조로 비판하기보다는 지영의 엄마와 남편의 애틋한 시선으로 지영을 보듬은 따뜻한 시선이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다.
공유는 “감독님의 방향성과 선택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로 인해 하루아침에 모든 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영화를 통해 ‘그래도 괜찮을 거야’라는 희망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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