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미국 합작 자동차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푸조를 생산하는 프랑스 PSA그룹과 합병 가능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 성사 시 기업가치 500억달러(약 58조4,150억원)의 세계 4위 자동차사가 탄생한다.
FCA는 3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자사가 PSA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제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FCA는 양사가 논의하는 방안이 합병인지, 합병보다 느슨한 동맹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사가 합병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양사가 합병하면 판매량 기준 세계 4위 자동차사가 탄생한다. 지난해 두 회사가 판매한 자동차는 870만대로 4위 제너럴모터스(GM)의 판매량 840만대를 웃돈다.
FCA가 합병을 모색하는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다. FCA는 올해 5월 말 프랑스 르노에 합병을 공식 제안하며 세계 3위 자동차사가 탄생하는 듯했으나 이 계획은 한 달 만에 철회됐다. 르노 지분 15%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가 처음에는 합병을 지지했다가 르노 노조가 일자리 감소, 르노 가치 하락 등을 지적하자 유보적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FCA는 르노 이사회가 합병 제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정치 리스크를 우려하며 지난 6월 이를 거둬들였다.
FCA가 4개월 만에 다시 새로운 합병 파트너를 물색하는 것은 경기후퇴로 자동차 수요가 위축되는데다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제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푸조와 FCA가 기술을 공유해 비용을 줄이고, 절감한 비용을 전기차나 탄소배출 감소 기술 등에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FCA는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FCA는 유럽에서 연간 100만대를 판매하지만 푸조는 이보다 2.5배 많은 연간 250만대를 팔고 있다. 또 1991년 북미에서 철수한 푸조는 합병을 계기로 다시 북미에 진출할 수도 있다.
프랑스 정부와 중국 국영기업인 둥펑자동차그룹이 푸조 지분을 각각 12% 보유하고 있어 합병이 성사되려면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 지분이 들어간 회사를 꺼리는 만큼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양사 간 합병을 승인할지도 미지수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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