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한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해 종로구를 찾았다. 종로구민들은 광화문광장 조성과 함께 집회 시위가 급증해 주거·영업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며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박 시장이 “제가 잘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종로구민이 “광장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반박하는 가벼운 설전도 오고 갔다.
박 시장은 1일 광화문광장 인근 지역주민 소통을 위해 첫 방문지인 삼청동을 방문했다. 이날 총리공관 옆에서 종로구민들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결사반대’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펼쳤다. 박 시장이 “다음에 올 때는 플랜카드에 ‘환영’이라고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플랜카드를 든 강현국(55) 씨는 “시장님 하는 것을 보겠다”고 답했다.
가벼운 설전도 오갔다. 박 시장이 “광우병 때도 그랬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시위는 상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강 씨는 집회와 시위로 주말만 되면 집밖으로 나올 수 없다며 “광장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이날 박 시장과 만난 삼청동 주민들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함께 집회 시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옥 씨는 “삼청동 상가의 50%가 공실이다. 장사가 안 돼서 다 나간 것”이라며 “광장을 늘리는 것은 삼청동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사업을 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전문가들의 구상만 반영하는 게 아니라 주민과 토론해서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에서 카페를 운영한다는 허선 씨는 “광화문광장은 블랙홀이다. 거기서만 돈을 쓰고 데모를 한다”며 “토요일에 데모를 많이 하다보니까 인구 유입이 안 되고, 삼청동에 오라고 하면 사람들이 겁을 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종로구민들의 우려에 대해 “광장과 주변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들은 어떻게든 가능한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오는 3일 부암동과 청운효자동을 방문하며 종로구민들과 ‘끝장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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