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에서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선율이 한국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180년 전통과 세계 최고의 위상을 자랑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11월의 문을 연 가운데 본격적인 공연의 계절을 맞아 연말까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들과 협연자들이 펼치는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이어진다.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음악감독 야니크 네제 세갱과 함께 한국 청중과 만난다. 인천아트센터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각각 오는 9·10일 열리는 이번 공연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아홉 번째 내한 공연이자, 네제 세갱과의 합동 내한으로는 두 번째다. 특히 한국 관객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자로 나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1부에서는 조성진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고, 2부에서는 대중적인 선율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할 예정이다. 1900년 창단 이래 가장 미국적인 색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화려한 뉴욕필하모닉, 보스턴 심포니,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미국 5대 교향악단으로 꼽힌다. 지난 1973년에는 미국 오케스트라 중 최초로 중국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지휘자로 활동 중인 첼리스트 장한나도 지휘자로서는 처음으로 해외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공연을 갖는다. 장한나가 이끄는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오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14일 부산문화회관, 16일 대구콘서트하우스, 17일 익산 예술의전당에서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한다. 1909년 창단된 트론헤임 심포니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지난 2017년부터 장한나가 상임지휘 및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으로, 세계 3대 콩쿠르에 모두 입상한 유일한 우리나라 연주자다.
전통과 현대 음악을 아우르는 쾰른방송교향악단도 이달 17일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1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공연한다. 쾰른방송교향악단은 1947년 창단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교향악단 중 하나로, 귄터 반트 등 독일 음악에 정통한 거장들과 다수의 독일 음악들을 녹음하고 동시대 현대 음악가들의 작품들도 활발하게 초연하는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이번 투어는 쾰른방송교향악단의 가장 전통적인 소리를 들려줄 거장 마렉 야노프스키가 함께한다. 베를린 필하모닉을 포함한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야노프스키는 1983년 쾰른 방송교향악단과 첫 협업 후 꾸준히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앞두고 전부 베토벤 작품으로만 구성됐고,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자로 나선다.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마린스키 극장을 본거지로 삼아 2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러시아의 대표 관현악단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12월 10일 오후 8시에 롯데콘서트홀에서 겨울의 낭만과 잘 어울리는 작품들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마린스키만의 광대하고도 풍부한 사운드로 ‘목신의 오후 전주곡’을 들려주고, 클라라 주미 강과 함께 서정성과 테크닉을 느낄 수 있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후반부에는 깊은 겨울의 정취와 잘 어울리는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라벨 관현악 편곡 버전으로 들려준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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