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2년 차에 일찌감치 2개 타이틀(MVP·다승왕) 획득을 확정하고 4관왕(최소타수상·상금왕)까지 눈앞에 둔 최혜진(20·롯데). 여자골프 ‘국내 넘버원’으로 입지를 굳히고 팬들이 바라는 ‘월드퀸’을 향한 든든한 발판을 마련한 데는 남다른 ‘삼박자’가 있었다. 끊임없는 샷 연구와 업그레이드된 체력, 무심한 듯 강철 같은 멘털의 조화가 그것이다.
지난 6월30일 용평리조트 여자오픈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4승째를 올린 데 이어 3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3타 차 우승으로 5승을 완성하기까지 약 넉 달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깊이 고민하고 때로는 힘들어하면서 자신에 대한 확신을 되찾은 최혜진은 이날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올 시즌 스스로 가장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펼친 대회인 동시에 멘털적 부분에서도 저 자신을 가장 잘 제어한 대회”라고 자평했다.
전반기에 이미 4승을 거뒀지만 이후 한동안 우승이 터지지 않자 일각에서는 ‘선배 스타 플레이어들에 비해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최혜진은 스윙 중 흔들렸던 ‘임팩트’를 바로잡는 데 집중해 가장 중요한 대회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대회 사이사이에 경기 용인의 88CC 연습장을 빠지지 않고 찾아 스윙을 미세 조정한 덕분이다. 임팩트 때 볼에 충분히 힘이 실리는 느낌이 옅어져 고민이었는데 서울경제 대회 나흘 동안은 고민이 필요 없을 만큼 특히 아이언 샷 감이 최고조였다. 기록상으로도 나흘간 그린 적중률이 무려 90.27%(65/72)로 올 시즌 자신의 평균 기록(82.67%·1위)을 크게 웃돌 만큼 날카로웠다.
최혜진에게는 스승이 유독 많다. 위창수·허석호·강수연·안성현 등의 지도를 받았고, 요즘은 이경훈 코치의 도움을 받고 있다. 웬만큼 잘한다 하는 교습가들은 최혜진과 함께한 경험이 있다. 최혜진은 자신의 샷이나 쇼트게임 기술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연구형’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데, 코치가 비교적 자주 바뀌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서울경제 대회는 올 시즌 최혜진의 스물여섯 번째 출전 대회였다. 데뷔 해인 지난 시즌 출전 대회 수는 24개였는데 당시는 이맘때 심각한 체력 부족을 호소했었다. 지난해는 10·11월 대회에서 한 번도 톱5에 들지 못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이미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대회에 출전했는데도 체력 부담이 크지 않다. 지난 시즌 한 번씩 있었던 컷 탈락과 기권이 올 시즌은 아예 없다. 시즌 막바지에 우승한 데 대해 특히 기뻐한 최혜진은 “지난해 이맘때는 컨디션도 안 좋고 체력도 모자랐는데 그런 면에서 올 시즌은 제법 성장한 것 같다. 경기 운영이나 체력이 지난해보다 낫다”고 돌아봤다.
확실히 좋아진 체력 역시 노력의 결과다. 최혜진 측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전지훈련 때부터 체력 훈련의 양과 강도를 확 늘렸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최혜진의 체력 프로그램은 ‘스리 웨이(3-way)’로 이뤄지고 있다. 시즌 초반까지는 개인 트레이너에만 의존했다가 이후로는 경기 전후로 전문 트레이닝팀과 후원사 롯데에서 나온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는 한편 경기가 없는 날에는 용인의 또 다른 피트니스센터에서 관리를 받고 있다.
상황별 대응이 돋보이는 강철 멘털은 ‘퀸혜진’을 만든 마지막 퍼즐이다. 5승이 생각보다 빨리 나오지 않아 조바심이 생길 때쯤 최혜진은 “인생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고 한다. 경기 중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비집고 들어오려 할 때는 바로 다음에 칠 샷만 생각했다. 스코어에 상관없이 연습 때 잘됐던 샷을 그대로 구사하면 스스로 칭찬하고, 그게 잘 안 되면 좋은 스코어에도 채찍질하면서 남은 홀들을 줄여갔다. 핀크스GC에서 지난해 공동 31위, 2017년 공동 24위로 재미를 못 봤지만, 올해는 프로암 대회에서 67타를 칠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그는 오는 8일 개막할 시즌 최종전에서 전관왕을 매듭지으려 천안 우정힐스CC로 발걸음을 옮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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