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이 1단계 무역합의를 위해 기존 관세의 단계적 철폐에 합의했다는 중국 측 발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까지 나서 “아무것도 합의하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관세 철회를 원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은 완전한 관세 철회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철회를 원할 것”이라며 “내가 그것(완전한 관세 철회)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장소와 관련해서는 아이오와주나 농업지대 등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 될 것이나 그와 같은 다른 장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1단계 합의안을 최종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환율조작을 금지하고 미국 농산물을 더 구매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철회라는 협상 레버리지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밝힌 대로 미중 협상 대표단이 관세 철회를 논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반발하는 내부 대중 강경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대중 매파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7일 “현시점에서 1단계 합의 조건으로 기존 관세를 철회한다고 합의된 사항이 없다”면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단계 무역합의 최종안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6일 미국 기업의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접히는 형태의 중국산 재사용 빨대의 관세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관세법을 어겼다는 결론이 나오면 수입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또 미 상무부는 중국산 세라믹 타일에 114.49∼356.02%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예비판정을 7일 내렸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러퍼스 에사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 회장은 “문제의 핵심은 미국의 경우 관세를 레버리지로 최대한 이용하려 하지만, 중국은 1단계 합의로 관세가 완화될 것이라는 보장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라며 “양측이 이를 조율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매우 잘 지내고 있다”며 “우리는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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