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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孫 선거법 놓고 고성 지르며 설전...文대통령이 말려

115일만에 이례적 관저 회동...모친상 조문에 감사뜻 표해

노영민 비서실장 외 배석자 없어...메뉴는 막걸리·돼지갈비

文 "日에 초당적 대을을...북미회담 시간 많지 않다는데 공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며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 등 개혁안에 대해서도 국회에서의 협의 처리를 당부했다. 이날 자리는 모친상 조문에 대한 답례 성격으로 이뤄졌다. 줄곧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국론 논의가 이뤄졌으나 선거제 개편을 두고는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만찬이 열린 곳은 문 대통령 숙소인 관저다. 청와대 내에서 통상 문 대통령이 외빈을 접견하는 곳은 인왕실이나 상춘재였던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이 모친상에 조문한 여야 대표들에게 개인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였던 만큼 그에 걸맞게 여야 5당 대표를 처음으로 관저에서 맞는 등 예우를 갖췄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만찬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심상정 정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모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던 지난 7월18일 이후 115일 만이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만 배석했다. 만찬에는 약주와 함께 손학규 대표가 추천한 막걸리 등 두 종류의 술과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따라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돼지고기가 소비를 장려하는 뜻에서 메뉴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화는 남북관계, 선거제도 개혁 등 주요 국정 현안에 집중됐다. 각 당 대표가 현 정부에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에 대해 건의하면 문 대통령이 답하는 방식이었다. 문 대통령은 ‘북미회담이 어긋나면 국면이 빠르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금강산관광 문제도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재개의 입장을 발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북미회담이 아예 결렬됐거나 하면 조치를 했을 텐데, 북미회담이 진행되며 미국이 보조를 맞춰달라고 하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북미회담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심 대표의 지적에는 공감의 의사를 표했다.

선거제 개혁에 대해서는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여야가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며 국회에서 이 문제를 협의 처리해줄 것도 요청했다. 다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선거제 개혁안을 두고는 고성이 오가는 등 다소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과 정동영 대표의 만찬 뒤 브리핑을 종합하면, 선거제 개혁안 관련 대화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와 손학규 대표가 서로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가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 없이 선거제 개혁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여야 4당 대표가 “한국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론을 내놓았다. 이에 황 대표가 재차 유감을 표하자 손 대표가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황 대표가 “그렇게라니요”라고 맞받아치면서 두 대표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웃으며 양손을 들어 말리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대표는 이후 사과하면서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여야 4당 대표와의 대화 과정에서 황 대표에게 민부론·민평론 등이 담긴 책을 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황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외교·경제 등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의한 데 따른 것이다. 민부론·민평론은 한국당이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당 차원에서 마련한 대안정책이다. 야당이 내놓은 대안까지 살펴본다는 의미에서 황 대표에게 요청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 대해 “(여야가) 경제를 염려하는 것은 공통된 것”이라며 “경제 관련 법안을 신속히 (처리) 해주시라”는 취지로 당부하는 말도 전했다. 아울러 일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 그것이 총선 이후에 쟁점이 된다면 민의를 따르는 것 아니겠냐”고 밝혔다. 정 대표가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선거제 개혁에 합의하면 분권형 개헌에 찬성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기에, 선거제 개혁을 앞두고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당연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냈다가 무색해진 일이 있기에 뭐라 말하기는 무엇하다”면서도 이렇게 답했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재개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복원해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자”고 제안하자 야당 대표들도 호응했다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황 대표는 “당에 돌아가 긍정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안현덕·윤홍우·하정연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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