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한 혐의를 받는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9부(이일염 부장판사)는 14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는 앞서 검찰이 구형한 벌금 3,000만원보다 더 높은 수준의 형량이다. 다만 1심이 명령한 160시간의 사회봉사는 취소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벌금형 구형은 이 전 이사장의 죄에 상응하는 형벌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이사장은 맏딸인 조현아(45)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함께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초청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이사장은 6명, 조 전 부사장은 5명의 가사도우미를 각각 불법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항공은 두 모녀의 지시를 받아 필리핀 지점을 통해 가사도우미를 선발한 뒤 대한항공 소속 현지 우수 직원으로 본사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한다고 꾸며 일반 연수생(D-4) 비자를 발급받았다.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와 결혼이민자(F-6) 등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경우로 제한된다.
검찰은 두 사람을 재판에 넘기면서 불법 고용을 주도한 이 전 이사장은 불구속기소 하고, 조 전 부사장은 벌금 1,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범행에 가담한 대한항공 법인도 벌금 3,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법인에 대해서도 유무죄를 다시 따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정식재판으로 넘겼다.
1심에서 검찰은 이 전 이사장에 대해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이보다 더 강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법인은 항소를 포기해 1심에서 형이 확정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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