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한 도량에서 불협화음을 몰아내야겠습니다. 처마 끝에서 그윽한 풍경소리가 되살아나도록 해야겠습니다. 법당에서 울리는 목탁소리가 고요 속에 여물어가도록 해야겠습니다. 하여 문명의 소음에 지치고 해진 넋을 자연의 목소리로 포근하게 안아주어야겠습니다.”
국영방송사에 더해 민영방송사들이 잇따라 개국한 1960년대는 라디오의 황금기였다. 라디오 소리는 곳곳에서 울려 퍼졌고 조용하던 사찰도 예외는 아니었다. 1965년 5월23일 한 스님은 사찰이 마치 선거유세장처럼 변했다며 불교신문에 날카로우면서도 애정 어린 글을 남긴다. 1960~1970년대 불교신문 논설위원과 주필로 활동한 ‘무소유’의 저자 법정 스님이다.
‘낡은 옷을 벗어라’는 법정 스님 원적 10주기를 앞두고 불교신문에 게재됐던 스님의 글 68편을 엮은 책이다. 법정 스님은 시, 산문, 설화, 논단 등 다채로운 글을 불교신문에 남겼다. 이번에 나온 신간은 책으로 소개된 적 없는 글들을 11가지 영역으로 나눠 담았다. 글 끝에 게재일을 적은 덕분에 법정 스님의 사상 변화와 시대상을 함께 짚어볼 수 있다.
특히 불교의 발전을 염원한 법정 스님의 다양한 칼럼이 수록돼 있다. 그는 “구도의 길에서 가장 뗄 수 없는 일이 있다면 시시로 자기의 위치를 돌이켜보는 참회의 작업일 것”이라며 “자기반성이 없는 생활에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제목 ‘낡은 옷을 벗어라’도 그러한 글 중 하나다. 새로 나올 경전의 명칭에 ‘한글’이란 제목이 합리적이지 않다 지적하며 시작한 저자는 졸속주의의 폐해로 논의를 확장 시켜 “졸속주의가 낳기 마련인 부실과 단명을 이제 우리가 할 신성한 불사에만은 제발 되풀이하지 말자. 새로운 계절 앞에서 그만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지 않으려는가?”라고 권유한다.
법정 스님은 입적하기 전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한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출판물을 더는 출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불교신문사 사장 정호스님은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승인하에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며 “책에 대한 수익금은 불교 포교와 맑고 향기롭게의 장학기금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1만6,500원.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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