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예선 H조에서 어렵게 1위를 지킨 한국 축구가 혼돈의 레이스에서 잠깐 빠져나와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9일 오후10시30분(한국시각)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삼바축구’ 브라질을 맞닥뜨린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 8경기 중 4경기를 치러 반환점을 돈 가운데 한국은 내년 3월 재개되는 2차 예선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 브라질(한국은 39위)과 평가전을 치른다. 역대 전적은 4승1패의 브라질 우세. 한국은 지난 1999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의 평가전에서 김도훈의 결승골로 이긴 적이 있다.
브라질과의 만남은 선수단에게 자주 오지 않는 기회이고, 축구 팬들로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경기다. 한국이 브라질과 A매치를 치르는 것은 2013년 10월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양팀 감독은 홍명보와 루이스 필리페 스콜라리였다. 한국 대표팀은 다니 아우베스·다비드 루이스·마르셀루 헐크 등이 뛰는 브라질 팀을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여 평가전을 벌였으나 네이마르와 오스카르에 전후반 한 골씩을 허용해 0대2로 졌다. 한국 팀은 이청용·지동원·구자철 등이 주축을 이뤘으며, 손흥민도 후반 19분부터 그라운드를 밟았다.
손흥민은 당시 21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대표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A매치 브라질전 역대 두 번째 출격을 앞둔 손흥민의 각오는 남다르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최근 월드컵 2차 예선 2경기를 모두 0대0 무승부로 마친 데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14일 베이루트 원정에서 치른 레바논과의 H조 4차전에 풀타임을 뛰었으나 득점 없이 마친 뒤 “공격수 입장에서 수비수들한테 미안하고, 경기를 못 뛴 선수들한테 미안하다”며 “찬스가 있을 때 골을 넣어야 편하게 갈 수 있는 상황인데 상당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A매치 85경기 26골의 손흥민은 지난달 10일 약체 스리랑카와 홈경기 2골 이후 북한·레바논 원정 2연전에서 침묵했다. 지난해 6월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 득점의 기억을 살려 다시 한번 전통 강호의 골망을 가른다면 최종예선 티켓 전쟁에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레바논 반정부 시위 여파로 레바논전을 관중 없이 치르면서 평양 원정에 이어 2경기 연속 무관중 경기를 펼쳤다. 승점 1은 챙겨 조 1위(승점 8·골득실 +10)를 지켰지만, 2위 레바논(승점 7·골득실+2)에 1점 차로 쫓기고 있다. 3위 북한도 승점 7(골득실 +1)이고, 4위 투르크메니스탄 역시 승점 6(골득실 +1)이라 만만하게 보기 어렵다. 조 1위를 해야 최종예선에 직행한다.
브라질 대표팀 지휘봉은 2016년 6월부터 아데노르 레오나르도 바치(브라질)가 잡고 있다. 바치 감독의 브라질은 46경기에서 33승10무를 자랑한다. 지금까지 단 세 번만 졌을 뿐이다. 월드컵 5회, 코파 아메리카(남미선수권) 9회 우승의 브라질은 한국전에 호베르투 피르미누(리버풀)·가브리에우 제주스(맨체스터 시티)·윌리앙(첼시)의 공격 라인을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18세 공격수 호드리구 고에스가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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