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지도부 불출마’ ‘재창당’을 요구하면서 총선으로 향하는 한국당의 ‘인적 쇄신’이 새 국면을 맞았다.
한국당은 지난 5일 김태흠 의원이 강남·영남권 3선 이상 중진에 대해 ‘용퇴·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한 뒤 초재선의원들이 이에 동조하는 성명서까지 냈다. 또 황교안 대표가 영남권 4선 이상 의원들과 오찬까지 하며 희생을 요구했지만 중진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이자 초선인 유민봉 의원과 재선인 김성찬 의원, 일찍이 용퇴를 밝힌 6선 김무성 의원 외에 불출마 선언이 멈추고 결국 인적 쇄신이 좌초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영남권 3선 이상 중진 가운데 최초로 김 의원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 인적 쇄신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반대로 김 의원을 제외한 한국당 내 15명의 3선 이상 영남권 의원은 다시 용퇴 압박을 받게 됐다.
더욱이 당의 전략을 짜는 여의도연구원 원장인 김 의원은 이날 A4 용지 네 장에 달하는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지도부부터 불출마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황교안 당 대표님, 나경원 원내대표님 등 훌륭한 선배, 동료 의원님들을 존경한다”면서도 “정말 죄송하게도 두 분이 앞장서시고 우리도 다 같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더 큰 규모의 쇄신론이다. 꿈쩍 않는 당내 중진들을 압박한 것이다. 김 의원은 “세상 바뀐 것을 모르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섭리”라며 “섭리를 거스르며 버티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중진 용퇴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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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승리를 위한 재창당도 요구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진단했다. 이어 “깨끗하게 해체하고 완전한 백지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범보수세력이 연합해 새 당을 만드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뜻이다.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 용퇴와 재창당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자포자기하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충정의 고언을 드린 것”이라며 “가능하다 생각하면 물꼬가 트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의원의 용퇴와 쇄신 촉구가 당내 중진들의 ‘불출마’ 릴레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영남권 4선 이상 중진들은 “등 떠밀려 나가는 모습은 안 된다”는 입장이 완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참 중진들을 중심으로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나 원내대표의 연임을 반대하고 원내지도부 재구성을 위한 선거를 치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용퇴의 대상이 당의 중진들이 아니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도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지도부와 측근 의원들이라는 것이다. 당이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통과를 저지하지 못하면 실제로 원내지도부 쇄신론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 한 영남권 3선 의원은 용퇴론에 대해 “좋은 의견이지만 받아들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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