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주요국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기로 해 국내 타이어 업체들도 유탄을 맞게됐다. 금호타이어(073240)는 베트남, 한국타이어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타이어를 미국에 수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써가고 있었는데 고율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어서다. 양사는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려 미국 공장 증설과 글로벌 공급망 조정 등 비상 대책 수립에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타이어업계 1·2위인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여파로 동남아 생산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타이어 관세가 대폭 높아지게 됐다. 미국이 자동차 부품인 타이어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예고해 다음 달 3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더 높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로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수천 억 원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금호타이어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약 330만 본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지만 미국에 판매하는 타이어 대부분은 베트남 빈즈엉 공장(1350만 본)에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 매출 1조 3880억 원 중 80%인 1조 1100억 원가량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 물량의 95%가 베트남에서 만들어지고 있어 지금까지는 7.89% 관세만 부담하고 미국에 수출해왔다. 타이어 관세율이 25%로 오르면 수입자 부담이 1780억 원 늘어나 상당 부분을 금호타이어가 흡수해야 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 테네시주에 약 500만 본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있지만 미국 판매 물량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지난해 북미 매출 2조 3400억 원 중 75%인 1조 7550억 원이 수입 제품이다. 대미 수출의 절반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현재 관세율은 4%에 불과하다. 다음 달부터 25%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미국 판매량을 기준으로 수입업체와 1840억 원의 관세를 더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관세 폭탄 시나리오가 더 악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트럼프 정부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산 타이어에 자동차 부품에 해당하는 25% 관세를 매길지, 상호관세를 부과할지 확정하지 않았다. 상호관세가 적용될 경우 베트남산 타이어는 46%, 인도네시아산 제품은 32%까지 관세율이 치솟는다.
한국과 금호타이어는 최악 상황을 가정해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한국타이어는 일단 미국 테네시주 공장 생산을 1200만 본까지 늘리는 증설에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단기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테네시 공장을 증설해 양산 물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글로벌 생산기지를 조정한다. 베트남 수출 제품에 상호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 등 타 지역 공장을 활용해 미국 수출 물량을 대체할 방침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미국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인치 타이어 수요가 많은 핵심 시장”이라며 “유연한 공급망 조정으로 관세 피해를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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