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세단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마세라티는 1914년 12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마세라티 가문의 다섯 형제가 창설했다. 이들 모두 자동차 산업에 몸담고 있었는데 레이싱드라이버이자 기술자였던 알피에리가 있었기에 마세라티의 탄생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오피치네 알피에리 마세라티’라는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탈리아 명품 수제차량인 이소타프라스키니의 차량을 레이싱카로 개조하는 일을 했다. 1926년 100% 자체 기술로 만든 ‘티포26’가 출시됐는데 이때 ‘삼지창’ 엠블럼을 선보였다. 마세라티의 야성을 담은 엠블럼은 형제 중 유일한 예술가였던 마리오가 고안한 것이다. 그는 마조레 광장에 있던 넵투누스(바다의 신 포세이돈) 조각상을 본 후 넵투누스가 들고 있던 삼지창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하지만 1932년 알피에리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남은 형제들은 1937년 아돌포 오르시 가문에 회사를 매각했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화려한 기록은 이어졌다. 1939년 인디애나폴리스500 레이스에서 이탈리아 브랜드로는 최초로 우승했으며 이후 1957년까지 23개의 챔피언십과 32개의 F1 그랑프리 대회에서 500여회나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럭셔리세단을 만드는 데 주력하던 마세라티는 판매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1968년 프랑스 시트로엥에 인수됐다. 하지만 불운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연이은 제품 개발 실패와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1975년 이탈리아의 드 토마소에 인수됐다가 1993년 이탈리아의 피아트에 넘어갔다.
이처럼 한 세기 넘게 부침을 겪던 마세라티가 스포츠카 ‘그란투리스모’의 단종을 선언하며 내년부터 100% 전기로 움직이는 스포츠카와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동화(電動化)와 자율주행 기술 등을 위해 50억유로(약 6조5,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폭스바겐·BMW 등 자동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전기차로 갈아타는 가운데 소량 수제생산을 고집하던 럭셔리슈퍼카의 대명사마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이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혁신에 나선 것도 뒤처지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절박한 몸부림이니 지금 우리에게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하겠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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