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직장인이 자신이 들은 폭언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먹고살기의 전쟁 속에서 ‘을’들이 듣는 각종 폭언은 교묘하고 또 잔인했다. 조대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폭언일기’는 공감의 물결을 타고 퍼져나갔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내가 들은 오늘의 폭언’을 제보하며 대한민국 폭언일기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이 그림 에세이 속의 등장인물은 폭언을 듣는 순간, 귀에서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나온다. 만약 실제로 인간의 귀가 폭언으로 상처받으면 피가 나오는 구조로 만들어졌더라면, 이 사회에 이토록 많은 막말이 난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폭언은 인자하고 교양 있게 미소 지으며 상대에게 칼 꽂는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고, 당하는 사람은 악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폭언을 꿀꺽 삼킨다. 폭언의 발화자는 자신의 말이 폭언인지 자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저 밥값 못하는 사람에 대한 일침이자 지극히 이성적 대응이라고 생각할 뿐. 그렇게 오늘도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귓가 여기저기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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