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가운데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국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법안을 상정만 하면 야 3당과 공조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통과시킬 힘이 있지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투쟁으로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국당은 ‘무효’를, 야 3당은 의원정수 확대를 전제로 ‘촉구’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다음달 17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하면서 정국의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지정된 패스트트랙 3법(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 가운데 선거법이 ‘체계 자구심사기간(90일)’을 거쳐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법안은 문 의장이 60일 이내에 상정할 수 있지만 108석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대표가 노상에서 단식투쟁을 하는데 여당이 힘으로 법안을 넘기기에는 부담이 크다. 문 의장은 이에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주선하고 “최대한 기다리겠으니 협의해달라”면서 “합의가 안 되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합의를 촉구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현재 253석인 지역구 의석을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여야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로 지역구 의석을 240~250석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지역구가 줄고 비례대표가 늘어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특히 개정안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지역에 근거한 한 정당이 지지율 5%만 나와도 현재 300석의 15석을 차지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두 정당이 연합하면 한 정당이 지역구를, 다른 정당은 지지율을 얻어 비례의석을 많이 가져가는 선거활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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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바른미래당 당권파(13석)와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이날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간담회를 열고 의원정수를 330석 이상으로 늘려 선거법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를 통해 법을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지역구 의석이 많은 대안신당도 28일 당론을 정한다.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패스트트랙 자체가 불법 사임·보임으로 지정된 것으로, 원천 무효”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최악의 경우 공천을 받지 못한 의원들이 당을 나가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 선거법이 보수세력의 통합이 아닌 분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키를 쥔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12월17일부터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므로 그때까지는 사법개혁 법안과 함께 선거법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선포했다. 단식이 계속되고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다음달 17일을 기점으로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법안이 부의되는 27일부터 20일간 자당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정당들의 행보로 정치권은 혼돈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국의 해법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며 “법안 처리를 막지 못할 경우 원내지도부 교체는 물론 의원직 총사퇴까지 거론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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