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차량 돌진 테러로 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던 영국의 런던브리지에서 또다시 흉기 테러가 일어났다. 한동안 잠잠하던 테러 공포가 영국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용의자가 테러 모의 혐의로 복역하다 가석방된 지 1년 만에 재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가석방 조치에 대한 책임공방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2시께 런던 경찰은 시내에 위치한 런던브리지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목격자들이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보면 대여섯 명의 남성들이 런던브리지 위에서 용의자와 몸싸움을 벌였으며 이때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용의자는 사망했다. 런던경찰청은 추후 성명을 통해 시민 2명이 목숨을 잃고 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닐 바수 런던경찰청 대테러대책본부장은 “처음부터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뒀으며 공식적으로 테러로 규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런던브리지는 지난 2017년 6월에도 테러로 인명피해가 있었던 곳이다.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한 당시 사건에서는 용의자 3명이 승합차를 몰고 돌진해 사람들을 쓰러뜨린 뒤 인근 마켓에서 흉기를 휘둘러 6명의 사망자와 2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영국 정부는 그해 9월부터 테러 위협 경보 수준을 ‘심각’으로 유지해오다 이달 초 ‘상당’으로 한 단계 낮췄다.
이번 사건은 용의자가 과거 테러 혐의로 복역했다 출소해 가석방 기간에 또다시 테러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용의자로 밝혀진 28세 남성 우스만 칸은 2010년 12월 런던증권거래소에서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다른 8명과 함께 체포됐고 2년 후 기소됐다. 그는 징역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향후 30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12월 가석방됐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칸은 일당과 함께 테러 자금을 모으고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서 테러리스트 군사훈련 캠프 설치까지 계획했다.
오는 12일 총선을 앞둔 영국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테러 모의 전력이 있는 위험인물을 조기 석방 조치한 것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노동당 소속의 이베트 쿠퍼 하원 의원은 트위터에 “(용의자가) 가석방위원회 심사도 거치지 않고 6년 만에 풀려났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집권 보수당 소속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은 “당신 정부(노동당 정부)가 2008년 도입한 법은 위험한 테러리스트도 형기의 절반만 마친 후 자동으로 풀려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맞받아쳤다. 파텔 장관이 거론한 법은 ‘형사사법과 이민에 관한 법률’로, 장기징역형을 받은 죄수가 형기의 절반만 복역하면 가석방위의 심사를 받지 않아도 자동 석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가석방과 관련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음날 현장을 방문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번 테러에 대해 “자동적인 가석방 조치 관행이 효과가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극단적 테러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최소 14년은 복역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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