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스스로 정한 북미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을 한 달도 남겨 두지 않은 3일 백두산 삼지연을 찾았다.
백두산은 김씨 일가 3대의 정통성과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상징하는 곳으로 김 위원장은 중대한 정치적 결단에 앞서 이곳을 찾은 전례가 있다. 지난 2013년 김 위원장은 집권 후 당시 북한의 실세였던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을 앞두고 백두산을 방문했다. 북미관계 악화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던 2017년 겨울에도 김 위원장은 백두산행을 택했고 이듬해인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에도 김 위원장은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뒤 남북교류협력의 단절을 의미하는 금강산 일대 남측 시설 철거 결정을 전격적으로 지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인민의 이상향으로 천지개벽 된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이 12월 2일 성대히 진행되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참석하시어 준공 테프(테이프)를 끊으시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삼지연군 꾸리기 2단계 공사의 완공을 통하여 당의 영도따라 일심단결과 자력자강의 위력으로 용용히 나가는 조선의 대진군은 그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으며 그 길에서 우리 인민은 승리와 영광만을 떨치리라는 철리를 조국청사에 또 한 폐지(페이지) 긍지 높이 아로새겼다”고 밝혔다.
이어 “혁명의 성지에 희한하게 펼쳐진 전변은 김정은 동지의 영도따라 필승의 신심 드높이 역사의 시련과 도전을 과감히 짓부수며 자력 부강, 자력 번영의 한길로 전진하는 조국의 찬란한 내일을 그려주며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힘있게 추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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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은 연말 시한을 넘길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통해 대화의 판을 깰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내부에서도 연말 시한을 앞두고 ICBM 발사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전날 한미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올해 여름부터 이동식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때 이용하는 콘크리트 토대를 전국 수십곳에 증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증설 중인 콘크리트 토대는 가로·세로 크기가 모두 수십m에 달해 ICBM 이동발사대도 올려놓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벌여온 미국 역시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갖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강력한 무기로 평가받는 대북제재를 의식한 듯 이날 준공식에서 자력갱생을 특히 강조했다.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준공사에서 “삼지연군 읍지구 건설이 완공됨으로써 당과 인민의 혼연일체의 불가항력적 위력과 우리 국가의 무한대한 자립적 발전잠재력이 만천하에 과시됐다”며 “자기 힘을 믿고 하나로 굳게 뭉쳐 일떠설 때 못해낼 일이 없다는 자력갱생 노선의 생활력이 현실로 확증됐다”고 말했다. 또 “삼지연군 읍지구는 우리 인민의 일심단결 혁명정신과 자력갱생의 영웅적 투쟁에 의하여 솟아난 만리마 시대의 창조물”이라며 “우리 민족 제일주의 건축 이념과 주체적 건축 미학 사상이 빛나게 구현된 지방 산간도시의 전형이며 사회주의 문명의 축도”라고 자찬했다. 그는 읍지구 3단계 공사를 적극 추진하여 노동당 창건 75돌까지 완공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날 준공식에는 최 제1부위원장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총리, 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동정호 내각 부총리, 박정천 군 총참모장, 리상원 양강도 당위원장, 박훈 건설건재공업상, 양명철 삼지연군당위원장 등 북한 고위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이 연말 시한을 넘길 경우 ICBM발사 등을 통해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대북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광사업에 주력하는 ‘쿠바모델’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세종연구소 ‘2019년 한반도 정세 평가와 2020년 한국의 전략’ 보고서에서 북한은 중국 관광객 유치를 통해 대북제재를 극복하려는 것 같으며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준공식이 열린 삼지연군은 김 위원장이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지역으로 북한은 이외에도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양덕군 온천관광 지구 등 관광지구를 조성하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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