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가 3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근거는 당규에서 비롯됐으나 당 안팎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가 ‘읍참마속’을 언급하며 당내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터라 이날 결정도 혁신의 연장선장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당규에는 원내대표 임기가 1년으로 규정돼 있다. 또 ‘선거일은 당 대표가 선거일 전 3일에 공고한다’고 명시돼 있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가 오는 10일이면 끝나는데다 선거일 공고 자체가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데서 당 대표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봤다. 이를 당규상 ‘국회의원 임기가 6개월 이내일 경우 원내대표 선출은 의원총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보다 우선한다고 보고 최고위가 나 원내대표의 임기연장 불가 판정을 내렸다는 게 당 안팎의 해석이다.
하지만 당규 내 두 조항이 충돌하는 탓에 일각에서는 4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대표, 의원총회의 결정 중 무엇이 우선이냐는 논란이다. 박완수 한국당 사무총장은 이날 황 대표 주재로 열린 최고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임기연장은 당헌·당규 해석상 최고위의 의결사항으로 본다”고 밝혔다. 황 대표도 퇴근길에 기자들에게 “임기가 끝났다. 원칙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규상 두 조항이 충돌할 수 있어 의총에서 또 다른 분란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당의 한 재선의원은 “원내대표 유임 여부는 최고위가 아니라 의원총회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최고위에서 원내대표의 임기연장을 당 대표의 동의사항으로 보고 이 같은 판단을 내린 듯하다”며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 대표는 동의하는 것이고 결정은 의원들이 총회에서 뜻을 모아야 한다는 해석도 있어 다소 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이날 결정이 황 대표가 앞서 ‘혁신’이라는 칼을 뽑은 것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앞서 황 대표는 ‘읍참마속’을 강조하는 등 혁신을 앞세워 당직자 35명의 일괄사표를 받아냈다. 이어 곧바로 사무총장·전략기획부총장 등 최측근 7명을 초재선의원으로 채운 만큼 총선에서 손발을 맞춰야 하는 원내대표까지 교체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그만큼 당 안팎에서는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으나 결국 당 대표 의견에 순응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황 대표가 총선 공천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만큼 반발하기보다 순종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기 사흘 전에 원내대표 경선 날짜를 공고할 방침이다. 이 경우 나 원내대표는 경선 결과에 따라 새 원내대표에게 원내 지휘봉을 넘겨야 한다. 현재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낸 것은 이날 비박(비박근혜)계로 꼽히는 3선의 강석호 의원이다. 같은 당 4선인 유기준 의원도 4일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라 현재 2파전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다만 5선의 심재철 의원도 현재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져 3파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안현덕·방진혁기자 alwa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