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8일 발표한 것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연말 시한 이전에 내놓으라는 강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중대 시험’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필요시 군사력 사용’ 발언에 대해 북한이 강력 반발하며 북미가 거친 언사를 주고받은 데 이어 결행된 것이어서 북미 간 갈등은 가일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북한의 중대 시험에 따른 미국의 변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며 결국 북한은 ‘마이웨이’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중대한 시험”은?…ICBM용 엔진시험 가능성=북한이 밝힌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전날 이뤄졌다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은 인공위성의 발사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개발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신형 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국방과학원이 시험 사실을 발표했고 북한의 ‘전략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7년 3월18일에도 서해발사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ICBM용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인 ‘대출력 발동기(고출력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한 적이 있다.
최근 북한은 미사일 엔진의 연료를 기존 액체에서 충전시간이 필요 없이 신속한 발사가 가능한 고체로 전환해왔는데 이번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의 동력 확인 시험 등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여태껏 북한이 보여준 화성-14·15형은 2단인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은 화성-13형으로 그게 발사된다면 3단이 된다”면서 “(이번에 북한이 밝힌 중대한 시험은) 3단 추진 로켓을 현실화하기 위한 엔진 연소 실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5일 미국 CNN방송도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에서 엔진 시험 재개를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위성사진에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CNN은 위성 발사대와 ICBM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쓰이는 엔진의 시험을 재개하려는 준비작업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중대 시험은 미국 변화 압박용=북한이 이날 발표에서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는 사실을 적시한 점에서도 미국의 변화를 압박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서해발사장은 북한의 ICBM 개발과 관련이 있는 곳으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목전에 두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시험은) 동창리에서 새로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한 엔진 시험이지 않았나 싶다”면서 “미국과 대화 진전이 없을 때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 다시 말해 크리스마스 선물 모양새를 갖춰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3일 미국을 압박하는 담화를 통해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며 미국의 선제적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美 변화 난망, 北 마이웨이 가나=그러나 북한의 이처럼 강도 높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의 협박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 트럼프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일”이라며 “그런 점에서 미국도 태도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번 중대 시험이 북미협상의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사실상 북한의 ‘마이웨이’로 귀결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번 북한의 시험은 ICBM을 쏘기 전 정지작업으로 봐야 한다”면서 “내년 초 미국 연두교서 발표 시즌에 즈음해 실제 행동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재차 강조하며 비핵화 협상 재개와 함께 두 사람의 신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내놓은 점 등은 북미 양측이 여전히 수위조절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이번 시험에 김 위원장의 참관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은 연말 시한인 북미대화는 지키려는 것일 수 있고, 아직은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기대한 수위조절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우인·하정연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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