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9일 밤 “최근 잇달아 내놓는 트럼프의 발언과 표현들은 얼핏 누구에 대한 위협처럼 들리지만 심리적으로 그가 겁을 먹었다는 뚜렷한 방증”이라며 “더 큰 재앙적 후과를 보기 싫거든 숙고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앞서 발표된 김영철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 담화에 비해서는 비난과 경고의 수위가 낮아졌지만 리수용 부위원장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라고 지칭하며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김정은’이라 지칭한 데 대해 맞대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북한은 리수용 부위원장 명의 담화를 미국 워싱턴 아침 시간에 맞춰 공개하면서 미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임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리수용 부위원장은 담화에서 “트럼프는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매우 궁금해하는 것 같다”며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할지 매우 불안 초조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최근 잇달아내놓는 트럼프의 발언과 표현들은 얼핏 누구에 대한 위협처럼 들리지만 심리적으로 그가 겁을 먹었다는 뚜렷한 방증”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리수용 “트럼프, 몹시 초조하겠지만…”
리수용 부위원장은 “트럼프는 몹시 초조하겠지만 모든것이 자업자득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며 더 큰 재앙적 후과를 보기 싫거든 숙고하는 것이 좋다”는 무력 사용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했다.
협상 데드라인 ‘연말’ 제시도 빠뜨리지 않았다. 리수용 부위원장은 “얼마 안 있어 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 판단과 결심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라면서 “또한 누구처럼 상대방을 향해 야유적이며 자극적인 표현도 쓰지 않고 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거듭 비난했다.
리수용 부위원장의 담화는 김영철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 발언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윗을 통해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고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며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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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은 “망령든 늙다리라 부르게 될 수 도”
이에 김영철 위원장은 담화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고도 위험성 높은 발언”이라거나 “은근히 누구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듯한 발언과 표현들”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또 김영철 위원장은 “참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대목”이라며 “어쩔 수 없이 이럴 때 보면 참을성을 잃은 늙은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추가했다.
김영철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적 발언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더해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는 조선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그는 “트럼프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라며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무력 사용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수위 조절 하지만 연말 앞두고 압박 강화
북한은 지난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8일 밝힌 바 있다. 서해발사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관련된 곳이다.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임박하면서 대미 압박용으로 적대적 행위 재개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북한의 릴레이식 담화는 대미압박에 방점이 있지만 하나의 목소리로 체제결속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며 “리수용 부위원장의 담화는 외형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심리전의 성격도 있지만 외교관 출신답게 양측이 일시적으로 다른길을 가더라도 차후 같은길의 기회도 염두에 두면서 앙 정상간의 말폭탄에 의한 불신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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