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하거나 전이된 유방암 환자에 대한 치료방법은 떼어낸 종양 조직의 에스트로겐 수용체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유방암 환자의 70%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자극을 받아 암세포가 성장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이어서 이 호르몬을 억제하는 항호르몬 치료를 한다. 암도 순한 편이다. 반응이 좋으면 항호르몬 치료만으로 완치되기도 한다. 나머지 30%는 음성으로 암의 성질이 매우 나쁘고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
◇10명 중 7명은 여성호르몬 중 에스트로겐이 암 성장 자극
조직을 떼어내는 과정에는 출혈·기흉 위험이 있고 통증도 동반된다. 더구나 유방암이 여러 부위에 전이된 경우 모든 병소에 대해 조직검사를 하기는 어렵다. 뼈에 전이된 경우 위치에 따라 조직 채취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조직검사를 하지 못하거나 검사가 어려운 재발·전이 환자는 그동안 유방암에 처음 걸렸을 때의 조직검사 및 에스트로겐 수용체 검사 결과에 기초해 치료를 한다.
하지만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문대혁·오승준·채선영 핵의학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 전이·재발한 유방암 환자의 20~30%는 유방암이 처음 발병했을 때와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음성이 뒤바뀌거나 종양 부위에 따라 양성·음성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40%를 넘지 않는 현실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문 교수팀이 조직검사가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이라는 영상검사를 통해 종양이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인지, 음성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검사방법과 PET 검사용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한 덕분이다.
‘18F-플루오로에스트라디올(FES)’ 주사액인데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때 투여하는 조영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 주사액이 있어야 PET-CT 영상을 보고 종양이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인지, 음성인지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조영제와 달리 1~2분에 걸쳐 정맥주사하고 90분 정도 지나 15분가량 PET 검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약효의 지속시간·유효기간이 짧다. 그래서 병원 측이 임상3상을 거쳐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고 검사 수요에 맞춰 직접 제조한다.
◇PET-CT 검사는 조직검사 기능 중 일부만 수행
환자 입장에서는 15분 안팎의 짧은 검사로 통증 없이 안전하고 정확한 에스트로겐 수용체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잖아도 암 환자들이 많이 찾는 병원인데 유방암 환자들이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이 3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재발·전이된 유방암 환자 중 85명(평균 55세, 양성 47명, 음성 38명)을 대상으로 국제암학회 표준검사방법인 조직검사와 18F 주사액을 이용한 PET-CT 검사 결과를 비교했더니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진단율이 동일했다.
이를 활용한 에스트로겐 수용체 검사방법에 대해 신의료기술 인정을 신청한 상태여서 환자들은 일러도 내년 2월쯤은 돼야 이 주사액을 투여하고 PET-CT 검사를 받을 수 있다. PET-CT 촬영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이 의약품은 당분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교수는 “조직검사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검사뿐 아니라 표적치료제를 쓸 수 있는 대상인지 등 치료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게 원칙”이라며 “18F 주사액을 활용한 PET 검사는 유방암이 전이·재발했거나 영상·혈액검사 결과 전이·재발이 의심되는데 조직검사가 불가능하거나 위험할 때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양성인지 음성인지, 종양이 악성(암)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방암 환자의 전이·재발 여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한 용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종양학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 ‘란셋 온콜로지(Lancet Oncology·인용지수=35.386)’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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