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시작 6분 만에 음주운전자를 검거한 것은 두 달 만에 처음인 것 같아요.”
경찰청이 연말 음주운전 야간 집중단속에 들어간 첫날인 지난 16일 오후10시23분. 서울 관악구 난곡사거리 방향 남부순환로 일대 4차선 도로에서 음주단속에 나선 서울 관악경찰서 강동희 경사는 음주운전자를 적발한 후 분주하게 움직였다. 올 6월 ‘제2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한동안 음주운전이 주춤하는 듯했지만 연말이 되면서 저녁 회식이 잦아진 영향인지 예상보다 빨리 음주운전자를 검거해 강 경사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보통 단속 시작 후 10~15분, 늦으면 1시간 만에 음주운전자를 적발했는데 집중 단속 첫날인 오늘은 생각보다 빨리 검거했다”고 말했다.
경찰청과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는 이날부터 이달 31일까지를 ‘교통안전 특별기간’으로 정해 기관 간 대책을 공유하고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 기간 음주운전 상시단속 체제에 돌입한다. 관악경찰서는 16일 오후10시17분부터 해당 구간 4차선 도로 중 한 개 차선을 막고 음주단속 안내용 세움 간판을 설치한 뒤 나머지 3개 차선으로 다니는 차량을 대상으로 이튿날 오전1시까지 약 세 시간 동안 음주단속을 실시했다.
본격 단속 6분 만에 경찰에게 덜미를 잡힌 30대 남성 A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A씨가 숨을 불어넣은 감지기에서 경보음이 울리자 경찰관들은 A씨를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정확한 음주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도로 바로 옆 골목길로 데려갔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7%였다.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훈방이었지만 강화된 규정에 따라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수치다. A씨는 이전에도 두 번이나 면허정지로 적발된 적이 있어 3진 아웃제가 적용돼 면허취소 처분을 받는다. 박민국 관악경찰서 경위는 “인근 서울대입구역에서 소주 2~3잔을 한 뒤 운전대를 잡았다고 A씨가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오후10시50분께 두 번째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신림역 인근에서 직장 동료들과 회식한 후 차를 몰고 귀가하던 20대 여성 B씨가 단속에 걸렸다.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7%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B씨는 회식자리에서 소주 3~4잔을 마셨다고 진술했지만 소주 1병 반 정도를 마신 수준의 알코올 농도가 나온 것이다. B씨는 음주운전 전력은 없지만 이번 적발로 면허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 B씨는 적발 이후 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한 번만 봐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약 한 시간 후인 오후11시53분께는 승용차 운전자 50대 남성 C씨가 경찰의 단속망에 걸렸다. 이날 오후 약 6시께 강남역 부근에서 와인 한 병을 먹은 후 5시간이 지나 운전대를 잡았다고 C씨는 진술했다. C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28%로 0.002%포인트 차이로 면허 정지를 피했다. 그는 훈방 조치됐다. 집중 단속 막바지에는 한 운전자가 음주 여부 측정 후 경찰관의 지시를 듣지도 않고 차를 몰고 가 경찰이 뒤쫓아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운전자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6일 오후8시부터 17일 오전3시까지 서울 전역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인 결과 31명이 적발됐다.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3~0.08% 미만 16명,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 15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앞으로 유흥가나 식당·유원지 등 음주운전이 많이 발생하는 곳 주변에서 밤낮없이 불시 단속할 예정이다. 술자리가 많은 금요일 밤에는 전국 동시 단속을 진행한다. 이때는 20~30분 단위로 장소를 옮겨가면서 하는 ‘스팟 단속’도 벌일 방침이다.
관악경찰서 측은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이 주는 추세였지만 연말이 되면서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연말에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꼭 대리운전을 이용해 귀가하고 전날에 술을 마신 경우에도 아침에 운전대를 잡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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