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한국에는 저보다 젊고 유능한 지도자가 많아요. 제 축구인생은 베트남에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베트남 축구의 영웅 박항서(60)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맡고 싶은 생각도 있느냐는 물음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베트남 선수단을 이끌고 경남 통영으로 전지훈련을 온 그는 17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 감독으로 재계약한 만큼 축구인생을 베트남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 감독직은) 요청도 오지 않겠지만 오더라도 생각은 물론 욕심조차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부터 아시안게임 4강,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에 이어 이달 60년 만의 동남아시안게임(SEA) 우승까지 거의 매 대회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써왔다. 박 감독은 “처음 베트남에 갔을 때 ‘1년만 버텨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여기까지 왔다”고 돌아본 뒤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지난 일들은 추억일 뿐이다. 다시 도전해야 한다. 그게 축구 감독의 인생”이라고 말했다.
성공의 원동력에 대한 질문에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힌 박 감독은 “한국과 베트남인 코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좋은 코치·선수들을 만난 게 행운”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사람들이 베트남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로 ‘헝그리 정신’을 꼽았다. “기술적으로 한국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라운드에서 강하게 싸우려는 전투적 모습이 한국의 기성세대들에게 몇십 년 전 한국 축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추억을 주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박 감독의 베트남은 다음달 AFC U-23 챔피언십에 나간다. “도쿄 올림픽 출전권도 걸린 대회여서 베트남팬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는 박 감독은 한국과 8강에서 만날 가능성에 대해 “한국은 당연히 조 1위를 할 텐데 같이 조 1위를 하면 8강에서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웃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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