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협의체’의 선거법 수정안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자 자유한국당이 물밑에서 판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4+1 공조 속에 예산안을 넘긴 더불어민주당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선거법·공수처)의 내년 1월 처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물밑에서 한국당과 민주당이 입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최근 여당에 공수처법안을 양보하면 본회의에 복귀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의 시행시기를 유예하고 한시조직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통상 6개월 후 시행된다. 공수처 조직의 구성과 설립 시기를 1년만 유예해도 오는 2021년 후반기까지 밀린다. 이후에는 각 정당이 대선 국면에 들어간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대선 국면에는 정권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수사에 눈치를 봐야 한다”며 “공수처가 말 그대로 현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눈치를 보며 개점 휴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설립될 공수처의 칼날을 피할 수 있고 민주당은 정치적 협상을 통해 숙원이던 공수처를 설립하는 성과를 내는 명분을 얻는다. 이 같은 제안을 한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공수처 관련 제안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선거법과 관련해 지역구 의석이 많고 연동형 비례대표가 적을수록 유리한 점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공수처만 입을 맞추면 거대양당이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이다.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민주당이 한국당과 수면 아래에서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나왔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최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저희는 물밑에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최근 민주당이 4+1 협의체에서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 결이 다른 길을 걸으면서 ‘물밑협상론’이 의혹은 커졌다. 민주당은 18일 ‘3+1’이 제안한 선거법 합의안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또 “민생법안부터 처리하자”며 사실상 선거법 논의를 내년 1월로 넘기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거대양당이 1월에 무기명투표(재적의원 5분의1 이상 발의)를 전제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선거법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입장이 한국당의 입장”이라며 “하지만 공수처는 민주당이 양보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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