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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은 나의 해]LPGA 진출 앞둔 루키 전지원 "주특기는 벙커 샷...우승·신인상 다 가질래요"

"워싱턴대 입학 취소 쓰라린 기억

언젠가 잘 될거란 여유 갖게해"

아마 세계 3위·Q시리즈 통과

韓신인 중 유일하게 풀시드 확보







LPGA 투어 풀시드를 따낸 뒤 스윙코치인 테드 오(왼쪽)와 포즈를 취하는 전지원. /사진제공=전지원


“운 좋게 호주 유학을 떠난 게 고1 때니까 벌써 7년을 외국에서 보냈네요. 워낙 혼자 다니는 데 익숙하니까 부모님은 미국에 안 오셔도 되지 않을까요?”

휴가 나온 군인 남동생을 조수석에 태우고 대구 집에서부터 소형차를 운전해온 전지원(22)은 해내지 못할 게 뭐 있느냐는 표정으로 해맑게 웃었다.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하는 그는 “항상 밝아서 사람들이 봤을 때 기분 좋아지는 선수, 골프만 잘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열심히 도움을 주는 선수, 한마디로 호감형 선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2020시즌 LPGA 투어 신인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풀시드(전 경기 출전권)를 딴 전지원을 최근 서울 강남의 미즈노골프 피팅센터에서 만났다. 피팅을 마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클럽을 정리하던 그의 골프백에 아널드 파머 로고가 눈에 띄었다. 프레지던츠컵(미국-세계연합 대항전)의 미국 대학 버전인 올해 아널드 파머컵에 세계연합팀으로 출전해 얻은 백이라고 했다. 전지원은 2승을 올려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중3이던 7년 전 ‘그 대회’ 우승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전지원은 없었을지 모른다. 2012년 세한대총장배 제1회 주니어대회가 운명을 바꿔놓았다. 이전까지 이렇다 할 성적이 없던 전지원은 아버지로부터 우연히 들은 대회 개최 소식에 큰 기대 없이 지원했다. 중고연맹대회 때 자주 쳐봤던 무안CC가 대회장이라 연습 한 번 더해본다는 마음으로 참가했던 것이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나간 대회에서 전지원은 ‘인생 경기’를 펼쳤다. 그는 “골프로 1등을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홍보가 덜 돼 잘 치는 선수가 덜 참가한 덕도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남녀 통틀어 1위 상품은 골프 연수교육 명문으로 알려진 호주 힐스국제학교 1년 연수 지원이었다. 한 해만 다니고 귀국할 생각으로 단거리 전력질주처럼 골프와 영어에 빠져들었는데 그 노력이 또 다른 좋은 기회로 연결됐다. 졸업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줄 테니 학교에 남으라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부모님이 보고 싶어 가끔 울기도 했지만 학교생활을 워낙 즐기던 터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전지원은 이후 코치의 조언에 따라 미국 데이토나주립대학에 진학해 LPGA 진출의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앞서 행정 착오로 워싱턴대 입학이 취소되는 시련을 딛고 전지원은 2년간 5승을 올려 2017 미국주니어대체육협회(NJCAA)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았다. 앨라배마대에 스카우트돼 편입한 후로는 지난해 US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네 차례 역전승 끝에 준우승하며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3위까지 찍은 그는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계속된 LPGA 투어 1·2차 퀄리파잉 토너먼트와 Q시리즈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최종 수능인 Q시리즈에서는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톱20(공동 16위)에 들었다.

1타에 미래가 좌우되는 서바이벌 게임이었지만 전지원은 “솔직히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학 진학 과정에서 그런 일(입학 취소)도 겪었고 순탄하게만 골프를 해온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당장은 안 되더라도 나중에는 되겠지’라는 믿음이 강한 편이에요. Q시리즈도 8라운드 방식이니까 초반에 실수가 나와도 만회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으로 친 거죠. 골프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열심히 해온 게 있으니까 조금 늦더라도 언젠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마음먹곤 합니다.”

키 155㎝로 드라이버 샷을 240야드 정도 보내는 전지원의 특기는 벙커 샷이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해변에 한 포대만큼의 헌 공을 뿌려놓고 남동생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벙커 샷 연습을 하곤 했다. 지금은 경기 때 러프보다 벙커에 들어가면 더 안심하기도 한단다. 앨라배마대 코치는 “20년 코치 생활하며 만난 선수 중 벙커 샷을 가장 잘한다”고 엄지를 들기도 했다. 전지원은 어릴 적 함께 모래를 팠던 남동생에게 시즌 중반부터 캐디를 맡길 계획이다. 남동생은 미국이 처음이라 당분간 직접 운전대를 잡아야 하지만 전지원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또 티없는 미소를 보였다. 그는 “시드 유지는 당연히 해야 하고 우승도 하고 신인상도 타고 싶다. 내년 2월 호주 빅 오픈을 첫 대회로 삼을 예정인데 3년 만에 다시 찾는 호주라 무척 설렌다”고 말했다.
/글·사진=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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