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조치가 지난 7월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결단을 당부했다. 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공감했으나 양국 갈등의 근원인 ‘강제징용’ 문제에서는 여전히 인식차를 보였다. 한일정상회담 개최는 1년3개월 만으로 강제징용 판결 및 수출규제 문제로 양국이 갈등을 빚은 이후로는 처음이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청두 샹그릴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갈등 현안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30분을 넘어 약 45분간 진행됐다.
수출규제 문제를 해소하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아베 총리는 “3년 반 만에 수출관리정책 대화가 매우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 앞으로도 수출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수출규제 해소를 위해 일본도 시간과 명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뾰족한 해법이 도출되지 않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직후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양 정상은 서로 입장차를 확인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일본과 한국은 매우 중요한 동반자”라며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당부했다. 아베 총리는 “일한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오늘은 아주 솔직한 의견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6월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어색한 ‘8초 악수’를 나눴던 양 정상은 이날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회담을 진행했으나 갈등 해소를 위한 ‘빅딜’은 이뤄내지 못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데 양 정상이 합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양 정상의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진행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경제적으로 우리는 운명공동체다. 세 나라의 경제는 가치사슬로 연결돼 있다”며 한중일의 ‘분업’과 ‘협업’을 강조했다. /청두=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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